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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로 [이상비행]

그쪽도 한로로를 아세요? 한로로 아시는구나! 진.짜.겁.나.귀.엽.습.니.다
농담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가벼운 노래를 하는 가수는 아니다. 한로로는 작년 싱글 ‘입춘’으로 데뷔한 솔로 여성 록 보컬로, 뜨거운 위로를 담은 데뷔곡으로 작년 록 씬의 가장 핫한 루키 중 하나가 되었다. RM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입춘을 추천한 일도 있었다. 사실, 농담을 괜히 한 것은 아니다. 한로로는 파워풀한 가창 뒤의 작고 귀여운 외견과 뽀로로나 케로로 등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이름으로 일종의 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지만 나름의 스타성과 실력을 지닌 가수가 된 만큼 매번 기대를 모아 왔다. 그런 한로로의 첫 앨범 단위 작업물이다.
 
한로로는 솔로 싱어송라이터고, 이번 EP의 작사와 작곡 또한 모두 단독으로 담당했다. 편곡 및 프로듀싱은 처음부터 작업을 함께 했던 이새(이지훈)가 담당했고, 이외에도 드럼 배도협, 베이스 유병현 등이 참여했다. 믹싱, 마스터링, A&R 등도 계속 작업을 함께 하고 있어 음악의 텍스쳐에 어느 정도 통일감을 주고 있다.
 
첫 곡 이상비행은 선형적으로 빌드업하는 곡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사는 각 라인마다 글자 수를 맞추고 문단 별로 의미가 살짝 느슨하게 분리되어 있어 국문 시 같은 느낌을 준다. 가사의 진행에 반복이 없고, 2분 30여 초의 짧은 곡임에도 후반 50여 초간 악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다. 이러한 구성은 곡 하나로 기승전결을 가진다기보다는, 다음 트랙들을 향한 기대감을 갖게 해 준다.
다음에 놓인 해초는 이전부터 라이브에서 선보였던 록 트랙이다. 전형적인 곡의 구성을 띄고 있고, 다른 곡들에 비해 가사보다 록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대중적인 트랙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트랙이긴 하지만, 사운드와 보컬이 자우림과 김윤아를 쉬이 연상시키는 부분은 아쉽다. 또 라이브에서 들었던 파워풀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이에 비해 화해는 서정적인 가사와 단출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한로로의 살짝 흘리는 발음이나 경상도 성조가 얼핏 새어 나오는 군데군데에서 앞서 말한 서정성을 한 층 더 깊게 한다. 흐르는 발음은 가사 전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실리카겔의 김한주나 뉴진스의 하니처럼 작업물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그 무드를 강화시킨다.
금붕어는 가사의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보다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가볍다. 저음을 보다 쌓고 보컬이 보다 탄탄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게 한다. 미끄러운 춤을 춰’라는 가사는 좋았다. (근데 금붕어는 민물고기라 ‘거품 문 바다’에 들어가면 ‘낚싯바늘’보다 염분을 조심해야 할 거다.)
선공개 트랙 자처 트랙의 아쉬운 점들을 보강한 좋은 곡이다. 사운드랑 보컬도 쌓아올리고 있고, 가성을 사용할 때도 너무 여리게 들리지 않는다. 마무리 트랙 사랑하게 거야 역시 좋은 넘버다. 떠나보내고 / 슬퍼하던 날까지도 떠나보냈네, ‘무던함뿐야’,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같은 표현들은 이해하기 쉽고 낯설지 않지만 가사의 범위를 풍부하게 넓혀주고 있다. 또한 너무 감정적이지 않으면서도사랑하게 라고 반복하는 말도 요즘에는 너무나 반갑게 느껴진다.
 
너무 많은 레퍼런스들이 보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자우림도 초기에 The Cranberries 비교당하곤 했다. 그녀가 여태까지 좋은 작업물들을 보여줘 왔고, 가사와 보컬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EP.
 
★★★
추천 트랙: 해초, 화해, 자처, 사랑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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