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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ssemble [Loossemble]

전 소속사와의 계약분쟁 승소 이후, 이달의 소녀는 네 조각으로 흩어졌다. 츄, 이브는 개인 활동에 나섰고, 나머지 열 명의 멤버들은 다시 다섯 명씩 뭉쳐 ATRMS 프로젝트(ODD EYE CIRCLE, 하슬, 희진)와 Loossemble(고원, 비비, 여진, 현진, 혜주)로 뭉쳤다. ARTMS 프로젝트가 이달의 소녀 초기 A&R을 맡았던 정병기의 모드하우스 소속이고, Loossemble이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이사를 맡았던 윤도연의 CTDENM 소속이라는 사실도 있지만, ARTMS 프로젝트의 슬로건(We rise together, back to the Moon and beyond.)과 Loossemble(Loona+assemble)이라는 그룹명을 생각해볼 때, 이들의 목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처럼, 모두가 모여 달에 다시 한 번 발자국을 찍는 일일 것이다.
 
ARTMS 프로젝트에게는 정병기 A&R과 그의 팀이 있기 때문에 실력이 보장된 사람들로 구성된 일종의 인하우스 프로듀싱 체제가 갖춰진 반면, Loossemble은 여타 K-Pop 그룹들처럼 음악을 받아오는 모양이다. 먼저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멤버들이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곡 작사에 참여한 점이다. 특히 Strawberry soda는 홀로 서기 중인 이브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황유빈, C'SA, strawberrybananaclub, BYMORE다. 이들은 ADORA, 조유리, KISS OF LIFE, fromis_9, Kep1er 등에 참여했는데, 오디션 아이돌 출신들과의 연관성도 보이고, 무엇보다 이 작업물들이 모두 괜찮은 결과물을 띄고 있다. 타이틀 곡 작업은 에이핑크 D N D의 작곡진이 다시 뭉친 것으로 보인다. 펑키한 기타와 통통 튀는 비트는 이번 작에도 여전하다.
 
인트로 트랙과 타이틀의 영어 버전 트랙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달의 소녀의 앨범들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인트로가 인상적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타이틀곡을 위한 연장선 정도 되는 프렐류드로 보이며, 보컬 샘플의 삽입은 다소 노골적이기까지 해서 전반적으로 곡 전개가 너무 쉽게 예측된다.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 전에 나오는 교내 밴드같은 느낌이 든다. 그냥 적당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타이틀 Sensitive는 펑키한 베이스 라인과 캐치한 멜로디 라인이 강조되는 트랙이다. 시작부터 한 음씩 분절하는 방식으로 박자를 타 우리에게 박자 패턴을 강하게 인식시키며, 곳곳에 당김음을 배치해서 예측을 틀어 재미를 준다. 코러스 전반부에서는 음을 낮춰 랩 싱잉을 시도하고, 코러스 후반부에서는 반대로 톤을 가볍게 올리고 보컬을 겹겹이 쌓아 전반부와 대비시킨다. 마지막에는 이들의 중간 지점 높이에서 강한 세기로 뱉으며 코러스를 종결(해결)한다. 코러스에서 톤다운하며 반전을 주는 스타일은 연초 IVE의 Kitsch, NewJeans의 Zero 등을 기억나게 하는데, EDM의 비트 드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이 방식들보다 본 곡의 전개와 해결 방식이 더 인상적이다.
Real world는 현악 샘플을 강한 비트로 찍어 누르고 샘플을 분절, 반복하는 식으로 힙합의 그것을 연상시키는데, 가사나 보컬/랩 퍼포먼스가 아쉽다. Colouring 역시 비슷하다. K-Pop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R&B 스타일에, 보컬은 부족하며, 가사는 사랑을 읊는다. Newtopia는 벌스에서 띄워놓은 분위기를 계속 꾹꾹 누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250 스타일의(직접 작곡한 NewJeans의 ETA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ITZY의 BET ON ME, NMIXX의 Roller Coaste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피치업한 짧은 보컬 샘플 같은 걸 넣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다시 펑키한 베이스를 가져온 Strawberry soda, 강한 저음과 코러스의 합창이 중심이 되는 Day by day는 모두 익숙하지만, 적당히 괜찮다.
 
또 다른 반쪽 ODD EYE CIRCLE의 Version Up과 비교했을 때, Loossemble이 보다 더 이달의 소녀를 계승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최소한 겉모습은 그렇다. MV에서 12개의 캡슐을 강조한 점에서도 그렇게 느껴진다. 타이틀 곡과 안무도 Sensitive 쪽이 더 괜찮아 보인다. 그에 비해 멤버들의 개인 역량,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 뮤직비디오, 이들을 마무리 짓는 미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빈자리가 느껴진다.
 
달의 그림자 아래, 우주정거장은 새로운 자리에서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
추천 트랙: Sensi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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