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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I'VE MINE]

IVE의 첫 정규 앨범은 음악을 위한 음악 모음집보다는, 콘서트를 열기 위한 곡 채우기 또는 성적을 내기 위한 팝 음악 "공식"에 가까웠다. 물론 그렇다고 그 앨범이 총체적 난국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단지 팝스타의 위상을 가진 그룹이 팝스타의 자질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이 그룹을 팝스타로 만들었는가? LOVE DIVE와 After Like가 아니었나? I AM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조악한 퀄리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대성공을 거둔 것은 음악이 아닌 외부적 요인들에 있다. After Like의 후광과 챌린지를 이끌어내는 요소들(후렴의 고음, 후렴구 안무 등)에 있단 말이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I AM은 After Like의 마이너카피다.

이후 이들은 인기를 확장시키기 위해 일본 데뷔를 진행했다. 일본 데뷔 EP였던 WAVE는 아마 대다수의 한국 청자들에게 외면받았겠지만, 꽤 잘 만들어졌다. WAVE와 Classic 모두 좋은 비트를 가졌고, 기존 타이틀(여기서도 I AM은 빠졌다) 번안도 상당히 잘 나왔다. IVE가 가사를 중요시 여기는 그룹인 만큼, 일본어 가사가 모두 잘 나왔다는 점 또한 중요했다. 그러나 WAVE는 ELEVEN, LOVE DIVE, After Like로 보여줬던 국내 인기만큼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무엇이 원인일까?

퀄리티와 성적이 반대로 노는 상황을 마주한 이후, IVE는 더욱 혼란 속으로 빠진 듯하다. 원인은 모두 외부에 있다. IVE가 국내에서 데뷔하고 LOVE DIVE를 발매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이들을 막을 가수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After Like 즈음부터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더 이상 케이팝 걸그룹 씬의 독보적 리더가 아니게 되었다. 영미권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에서는 왜? 일단 경쟁자가 일본 음악 시장을 한 번 크게 흔들어 놓았고, 이 여파는 아직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한 번 팬이 되면 영원히 팬을 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팬심이 오래 지속된다. 또한 음악을 굉장히 굉장히 다양하게 듣는다. 까놓고 말해서, Twice의 TT 이후 NewJeans의 Ditto가 그만큼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직도 Twice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케이팝 걸그룹이고, NewJeans는 Ditto의 음악성과 롤라팔루자/서머소닉 2개의 공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락 편곡)로 ’뉴진스 아저씨‘들을 만들어냈다. IVE는, 물론 이들 역시 인기가 있지만, 이러한 독자 팬덤은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 마지막으로, 일본의 케이팝 리스너들은 이제 한국어에 꽤 익숙해졌다. NewJeans의 일본 활동을 보면 별다른 일본 데뷔 없이 여타 해외 밴드들처럼 활동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꾸 NewJeans의 이름을 언급하게 되는데, 이는 단지 IVE가 NewJeans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EP의 프로모션은 누가 봐도 NewJeans의 그것과 닮아 있다. 트리플 타이틀이라던가, MV를 하나씩 선공개한다던가. 이른 타이밍이라고 생각되지만, 금요일 오후 1시에 발매하는 강수도 뒀다. 정규 앨범에서 보여줬던 색깔들은 거의 다 벗어던졌고, 다양한 스타일로 이미지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음악이 통해서 그런 거다? 블랙핑크와 피프티피프티, 그리고 뉴진스 사이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사운드는 솔직히 나쁘지 않다. After Like가 들려주는 사운드보다 훨씬 낫다. 오히려 기존에 장점으로 평가받던 가사가 너무 실망스럽다. Baddie의 훅 ’Catch me if you ca-an’의 훅 메이킹과 가사, Either Way에서 ‘쟤 I라서 그래, 너 E라서 그래, 됐고 그냥 V나 하자’, Holy Moly에서 주문을 거는 듯이 계속 반복되는 톤의 Holy Moly는, 해당 곡들이 좋은 순간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곡을 재생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나머지 두 곡 OTT, Payback 같은 곡들은 보컬 라인이 전혀 인상에 남지 않아 가사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물론 이 2곡은 앞선 3곡들보다 낫다. 이지리스닝을 너무 의식했을 뿐이다. 차라리 제목이 더 문제다. OTT와 Payback이 연상시키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것들에 IVE의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아니라고 말할 거다.
드디어 좋은 이야기도 할 때가 됐다. 타이틀 중 하나이자 첫 트랙인 Off The Record는 굉장히 괜찮은 트랙이다. 펑키한 베이스처럼 유행하는 사운드 차용도 좋고, ‘더 가까이 모여 앉아‘ 대화하는 것만 같은 가사들도 좋다. ‘또 외쳐 난 Stay’를 가성으로 올리는 안유진은 I AM의 코러스보다 훨씬 맞는 옷을 입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타이틀이라면 Late Night Talking보다 As It Was가 좋지 않나 하는 것 정도다. 조금 더 캐치하게 만들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 곡에서만큼은 IVE라는 그룹이 팝스타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동적인 나르시시스트만큼 웃긴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IVE가 보여주는 모습은 수동적인 나르시시스트다. 컨셉트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는 해야겠는데, 남이 만들어 놓은 유행은 또 따라가고 있다. 어느 쪽이든 다음 활동에서는 확실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뚝심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

★★
추천 트랙: Off The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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