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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PINK [BORN PINK]

본작은 BLACKPINK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2020년 발매했던 정규 1THE ALBUM은 높아진 이들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Selena Gomez, Cardi B, 그리고 David Guetta 등 유명 팝 아티스트들이 앨범에 참여했으며, 싱글 컷인 How You Like That과 함께 다수의 곡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이 이후 이들은 다 같이 모이는 일 없이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가 그들이 제일 빛날 수 있는 무대를 빼앗아 간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2년여 간의 긴 묵언수행 끝에 본작이 발매되었다.

모두들 반가워했지만, 그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들보다 확실히 약해보였다.

 

Pink Venom은 본 앨범의 리드 싱글이다. 이 곡은 제니와 리사의 래핑이 단연 돋보인다. ‘Kick in the door Waving the coco / 팝콘이나 챙겨 껴들 생각 말고라며 포문을 여는 제니의 랩은 물론이고, 첫 코러스 이후 등장하는 리사와 제니의 랩으로 구성된 벌스에서 보여주는 실력과 swag는 이 곡의 하이라이트다. 그러나 이게 전부다. 대필받은 가사라는 점에서 swag의 설득력을 일부 잃어버린다. 코러스는 중독적이긴 하지만 다른 벌스들에 묻히면서 존재감을 바랜다. 국악에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사운드 또한 이제는 흔해서 다른 노래들의 아류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후반부의 La tatata파트가 계속 이어지면서 곡의 진행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Shut Down은 본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시작부터 익숙한 ‘La Campanella’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고, 제니의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라는 가사로 블랙핑크가 (돌아)왔음을 알린다. 코러스의 간판 내리고 문 잠가 shut down이라는 가사도 흥미롭고 말 맛을 잘 살리는 플로우 또한 재미있다. 하지만 거의 통샘플링한 클래식 넘버는 유명한 원곡이 가져다 주는 청각적 완성도만 확인할 수 있으며,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 2022년 한 해 걸그룹 시장에서 유행했던 여타 곡들과 마찬가지의 작법으로 작곡됐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Hard to Love는 이 앨범의 이단아다. 로제가 혼자 부른 곡이라는 점에서도 독특하고,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사는 어찌 보면 흔한 러브송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빌보드나 스트리밍 차트에 널렸다. 이를 매력 있게 만들고 호소력 있게 만드는 건 로제의 보컬이다. 담백하면서도 I’m tryna be nice같은 부분들에서 조금의 디렉팅 차이와 조금의 보컬 수행 능력 차이가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다. 청량한 기타 리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드럼과 다양한 샘플들을 더해 분위기를 신나게 끌어 올린다. 무척이나 cool하다.

 

본작은 오랜만에 나왔던 BLACKPINK의 앨범이지만, 수록골들은 여타 노래들과 큰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프로듀서진의 프로듀싱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다행인 점은, BLACKPINK의 진가는 무대에서 제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결과만 봤을 때, 올해 Coachella festival 1주차 세 헤드라이너들 중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준 것도 이들이다. 함께 즐기기 좋은 음악이라서 혼자 듣기에 아쉬운 것일까,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라서 그랬던 걸까.

 

추천 트랙: Hard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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