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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END THEORY : Final Edition]

본작은 윤하의 정규 6END THEORY의 리패키지 앨범이다.

 

윤하는 2006년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동해 온 가수다. 데뷔 초부터 '기다리다', '비밀번호 486', '혜성' 등 많은 인기곡들을 배출했으며, 특히 '비밀번호 486'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면 간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성공은 때론 불행을 불러온다. 2012년 정규 4Supersonic이 상업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그녀의 안팎으로 여러 문제들이 연달아 닥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2017년 발매된 정규 5RescuE는 그래서 그녀의 커리어 상 가장 독특한 앨범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2019년과 2020년 미니 앨범 STABLE MINDSETUNSTABLE MINDSET을 연달아 발매하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답을 찾은 듯했고, 2021년 정규 6집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음악 생활을 우주적인 이미지에 집대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22, 본작 ‘END THEORY : Final Edition’이 리패키지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앨범에는 6집의 수록곡 11곡에 살별, 사건의 지평선, Black hole 3곡이 추가되었으며, 트랙리스트 또한 추가된 트랙들에 맞춰 크게 변경됐다.

 

앨범 크레딧을 보면 윤하와 JEWNO(손준호)가 메인으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트랙에는 danke, Sarah Kang, 권순일(어반자카파), SHAUN 같은 익숙한 이름들도 보인다.

 

앨범의 제목에 END, Fin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처럼, 이 앨범의 테마는 여러 종결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별반짝, 빛을 내, 사건의 지평선, 그리고 Black hole과 같은 곡들에서는 별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6230에서는 환경 문제가 불러올 인류의 위기 상황을 이야기한다. P.R.R.W에서는 연역적 사고방식이 엿보이기도 한다. TrulySavior, 잘 지내 같은 곡들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안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별과 우주라는 테마를 차용한 건 탁월한 선택이다.

우주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시작과 끝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혜성, Supersonic에서 반짝 빛났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추가적으로 과학과 문학(가사)의 조화를 통해 신선함을 더하기도 한다.

 

오르트구름은 컨트리 기타 사운드 위로 윤하의 시원한 보컬이 뛰놀며 기분을 끌어올린다. 어둠만이 나의 전부였던 동안이라는 첫 가사에서는 고생했던 기간이 엿보이고, 무모하대도 믿어 난 / 나의 여정을 믿어 난이라는 가사에서는 답을 찾은 그녀의 자신감이 새어 나온다. 혼자서 태양계를 벗어나 오르트 구름으로 향하는 보이저 1. 이 노래는 그 항해사의 모습처럼 생에 다가오는 두려움을 기대감과 떨림으로 치환한다.

살별은 혜성의 순우리말로, 제목에서부터 혜성의 후속곡임을 드러낸다. 빠른 BPM의 팝 락 장르 곡으로, 인트로의 기타와 가삿말과 함께 등장하는 피아노에는 예전 윤하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다. ‘c/2022YH’라는 혜성의 명명법으로 시작하는 가사는 빠르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후 혜성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가사 또한 일품이다.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우리의 모습과 혜성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겹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뜨겁게 타오를 때에 / 네 곁에 있을게라는 가사에서 절정에 치닫는데, 윤하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메시지가 생생히 전해진다.

물의 여행6230, Truly에서 보여주는 잔잔한 사운드들도 좋다. 컨셉트와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앨범의 템포를 조절해준다. 특히 6230일은 독특한 제목을 통해 그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 일차원적인 환경 보호 메시지로 끝나지 않고 그러니 우리는 사랑해야 해로 마무리하는 점도 돋보인다. 오르트구름에서 잠시 나왔던 창백한 푸른 점이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별의 조각은 앰비언트 사운드와 윤하의 발라드가 맞물리며 무드를 자아낸다. 곡의 구성에 따른 완급 조절 방식이 조금 정석적이더라도, 가사 전달을 위한 선택으로 생각한다. 코러스의 가사들이 특히 마음에 울린다. 앞선 트랙들에서 계속 이어져온 분위기는 이 곡에서 정점에 다라며, 다음 트랙인 하나의 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건의 지평선은 본작의 타이틀인 모던 락 트랙이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이별에 빗댄 가사가 특히 뛰어나다. 윤하가 가사를 내뱉는 방식은 실제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며, 적당한 템포와 순우리말 가사, 그리고 친숙한 단어들의 선택이 한데 모여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와 같은 구절을 통해 순수함과 진솔함을 더하며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이후 Black holeSavior를 지나 마지막 트랙인 잘 지내로 이어지면서 앨범을 마무리한다. 잘 지내에서는 전작 트랙 중 하나인 다음에 봐가 생각난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꾸밈 없이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윤하는 세기의 명반을 만들어 오겠다는 그녀의 오랜 약속을 지켰다.

과학적인 이야기를 새롭게 품으며 한 층 더 성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의 성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숏폼 컨텐츠의 시대, 죽은 락의 시대에 5분 짜리 모던 락 곡이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특기를 갈고 닦으며 본질에 집중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그녀 자신을 위해 만들어낸 이 이론은, 대중을 통해 받아들여지면서 어느새 주류 이론이 되었다.

성공 공식은 필요 없었다.

 

★★★

추천 트랙: 오르트구름, 살별, 6230, Truly, 별의 조각, 사건의 지평선, Black hole, 잘 지내

* 전곡을 순서대로 듣는 걸 추천합니다.

** 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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