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 느새 부터 힙 합은 안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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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현재 한국 힙합 장르의 현황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힙합 장르의 현황과 앞으로 발매할 작품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직접 들었던 가수들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빠지는 작품이나 가수가 있습니다.
 

들어가며

이찬혁이 또 까였다. 이번엔 스윙스다. 유튜브 ‘나몰라패밀리 핫쇼’ 채널에서 그는 “이찬혁 친구, 그 친구는 약간 이렇게 생각이 좀 많이 필요해”라고 하면서 “그 정도 말을 했으면 바보 소리 들을 각오는 되어 있어야죠 남자라면”라고 덧붙였다. 이해가 아예 안 되는 말은 아니다. 더군다나 스윙스는 항상 이런 일관된 스탠드를 보여 왔다.
 
디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불협화음 공개 이후 1년쯤 지난 시점에 쿤디판다, 박재범, 로스 등으로부터 열렬한(?) 리액션을 받아 왔다.
 

불협화음

이찬혁은 해병대 전역 이후, AKMU 3집 항해를 발매하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타이틀곡이 마치 백예린의 Square처럼 ‘드디어 발매된 미발매 명곡’ 느낌으로 흥행했다는 점은 좀 재미있는 포인트지만, 이와 별개로 수록곡들의 주제도 참신하고 퀄리티도 훌륭했다.
 
이후 NEXT EPISODE에서 더욱 독특한 테마를 보여주면서 개성을 한껏 펼쳤다. 이와 더불어 재미있는 행보를 계속 보여주면서 GD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런 그의 행보는 Mudd the student의 곡 불협화음의 피처링에서 정점을 맞았다.
 
머드의 벌스가 끝나고 무대 뒤로 문이 열리면서 이찬혁이 등장한다. 독특한 선글라스로 주목을 끌고 나오면서 자세를 딱 잡는다. 이때까지 몇 초간의 정적이 있었다. 그리고서 처음 내뱉는 말이 ‘어 / 느새 / 부터 / 힙 합은 / 안 멋져’다. 어그로 정말 잘 끌어놓고 한 방 제대로 터뜨렸다. 그의 평소 행동, 독특한 패션, 불협화음이라는 주제, 분절된 문장, 그리고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서 R&B를 하며 힙합은 안 멋지다고 하는 것까지. 가사는 또한 이찬혁의 감상이면서 동시에 힙합에 대한 사형선고처럼 들린다. 랩은 없어도 태도가 힙합 그 자체다. 사랑을 이야기하며 기성 문화의 전복을 고하는 태도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이고, ‘파티’와 ‘반항과 저항’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가진 소위 ‘젊은 문화’로 불리는 힙합에 대해 ‘젊은 아티스트’가 디스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무대는 비록 머드를 결승에 보내지도 못했고, 관객의 시선을 피처링 아티스트가 독점했다는 점에서 실패했지만, 그 이상으로 한국 힙합 역사에 하나의 획을 그었다.
 

한국 힙합 시장의 변화

소울컴퍼니가 해체되고, 쇼미더머니가 방영하기 시작하고, 일리네어 레코즈가 앨범 11:11과 ‘연결고리’를 발매하면서, 또는 G-DRAGON이 One Of A Kind를 발매하면서, ‘힙합은 여자와 돈 자랑만 한다’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본토’의 힙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힙합과 패션 그리고 럭셔리 시장을 한국의 메이저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10대들에게도 ‘멋있는 것’, ‘돈 많이 버는 것’으로 인식을 주는 데 성공했다. 학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 꿈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보고 있으면 나는 서울이 일종의 게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일종의 탈출구, 성공할 수 있는 길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근 몇 년간 미국의 힙합 유망주들이 총과 마약으로 죽었다. 장르의 발전이 없어졌다고까지 말하는 수준이 됐다. 미국 힙합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국내에 실력있는 래퍼들은 예나 지금이나 현지화도 하고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해왔기에 이들에게 영향은 없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대다수는 자의든 타의든 일종의 보따리상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힙합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영향을 미쳐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돈 자랑’도 하기 어려워졌다. 레이블보다 회사에서 다시 레이블로 돌아갔다. OB가 흔들리면 영 블러드들은 더 크게 흔들린다. 설상가상으로 쇼미더머니까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힙합 페스티벌들이 부활했지만, 글쎄, 무대도 관객도 예전같지 않다.
 

그래서 국힙 망했냐?

현 국힙은 크게 박재범, 더콰이엇과 창모, 스윙스, 이센스와 BANA, 비와이와 쿤디판다의 영향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훨씬 많다.) 이 중에 비와이는 전역한 지 얼마 안 됐고 창모는 전역을 앞두고 있다. 이센스, 빈지노는 올해 앨범 발매 예정(제발)이다. 쿤디판다는 서리(30) 크루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스윙스는 AP Alchemy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리온과 저스디스는 올해 앨범 발매 예정이고, 언에듀는 더리 플레이 레코즈를 설립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 신인들이 활발히 활동을 해 줘야 하는데, 작업물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고 김하온이나 이영지처럼 우승해놓고 작업물을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여기에서 나오는 공백이 컸다.
 
외힙이나 K-Pop과 비교되는 부분도 크다. 외힙에서는 당장 올해만 해도 타일러, 페기, 대니 브라운 등이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고, 실제로 ‘락 스타’에 도전하는 슬로우타이와 릴 야티도 신선하고 좋은 작업물을 가져왔다. 국내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K-Pop에서 보여줬는데, 작년의 고전 샘플링 열풍을 보여준 레드벨벳,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아이브도 생각나고, 락과의 결합을 보여준 (여자)아이들과 예나, 라틴 팝을 접목시킨 르세라핌, 아예 새로운 웨이브를 만들어 낸 뉴진스까지. 이들은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면서 글로벌화에도 성공을 거뒀고,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음악적인 발전도 보여줬다. 장르 음악 팬들이라면 아마 국힙보다 케이팝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 원인은 역시 OB들의 공백기와 신인들의 퀄리티다. 다행히 공백은 올해 중으로 메꿔질 것으로 기대되고, 신인들 중에서도 다민이, nsw yoon, 노윤하, 권기백같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힙, 안 망했다. 그러나 수많은 이찬혁 디스들보다 이찬혁의 가사 한 줄이 더 뼈 있게 다가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국힙에서 ‘Hype Boy’가 나오지 않으면 이찬혁은 1승을 더 추가할 지도 모른다.
 
* 개인적으로 작년과 올해 좋게 들었던 앨범들
1. 넋업샨 - NOT REALLY NOW NOT ANYMORE
2. viceversa - www.instagram.com/rollingloud/viceversartist
3. 손 심바 - DOUBLECROSS MUSASHI
4. 서리(30) - THE FROST ON YOUR EDGE
5. 바밍 타이거 싱글들
 

함께보기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6Ic4yK7bHM&t=120s 

다나카 우리 회사랑 계약하자 (with 스윙스)

[노래] https://youtu.be/n30-nDqriys

쇼미더머니10 Mudd the student - 불협화음 (Feat. AKMU)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ijXmeC-FsSI 

AP Alchemy - AP Alchemy : Side A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87xS4cgTf68 

JPEGMAFIA x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mYHPnqa7B3Y 

slowthai - Yum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Iwx9t3qTcV4 

YENA(최예나) - 'LxxK 2 U' Official Performance Video

* 예나는 살짝 사심픽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