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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밤편지]

들어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밤편지는 어떻게 아이유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이 곡은 아이유가 보여주는 서정성의 정점과도 같은 곡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걸까 하고 말이다.

 

제일 먼저 가사를 들여다 봤다. 아무래도 서정성은 가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들을 떠올려 보자. 공감각적 심상이니, 시적 허용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은 특히 서정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니까 말이다. 그것들에 비해 밤편지의 가사는 꽤 직설적이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입맞춤은 입맞춤이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한다.

 

비유

첫 번째로 그날의 반딧불을 /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반딧불을 창 가까이에 보낸다는 표현은 꽤 독특하기 때문에 시선을 확 끈다. 그러나 이를 사랑한다와 연관 짓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왜 사랑하는데 반딧불을 창 가까이에 보낼까? 이는 아이유가 오랜 기간 겪어 온 불면증과 관련 있다. 아이유는 JTBC 인터뷰에서 지금 제가 진짜로 사랑 고백을 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숙면을 빌어주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큰 고백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반딧불을 일종의 무드등처럼 잠을 도와주는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무드등은 숙면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신경 끄자.) 참신한 비유를 사용했으나, 직접적으로 와닿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여기서 가장 먼 곳은 장소가 아니다. ‘입맞춤이나 눈을 감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추억 또는 좋은 기억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파도가 머물던 /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그대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모래사장 위에 적힌 글씨에 비유하고 있다. 이 부분은 처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다 직접적으로 비유하고 있다. 역시 비유 자체는 좋은데, 일반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그대란 행운도 비유긴 한데, 너무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니 제외하자.

 

감각적 심상

색을 연상할 만한 소재는 반딧불과 파도 정도다.

'모래 위에 적힌 글씨'는 어느 정도 촉각과 관련이 있지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후각, 청각, 미각은 찾기 어렵다.

 

운율

있긴 한데, 강조할 만한 부분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서정성

그렇다면 이 곡의 가사는 서정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아니다.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2가지 찾았다.

 

하나는 순우리말의 사용이다. 가사 전체가 순우리말로 쓰였는데, 이는 영어를 자주 혼합해서 사용하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옛 것그리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특히 바라요의 사용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감상자에게 상상을 유도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반딧불을 창 가까이 보낸다고 한 뒤,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고 한다. ‘으로 쉬고 들어가는 점에서 1, 반딧불을 보내는 행위를 사랑한다와 연결 짓게 만드는 데서 2번이다. 앞서 언급했듯, 표현 자체가 바로 와닿지는 않는 부분이 있다. 이미지적으로는 닿는 부분이 있어도, 표현 자체는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수미상관적 구조를 이루는 곡에 이런 가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감상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간다.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또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 ‘첫 입맞춤을 떠올려에서 2, ‘눈을 감고에서 3,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에서 4번이다. 이렇게 화자는 계속해서 감상자의 상상을 유도하는데, 유도하는 지점 또한 과거의 좋은 기억에 집중한다.

 

파도가 머물던~’ 부분도 동일하다. 특히 이 부분이 나오기에 앞서 1절에서는 첫 입맞춤, 2절에서는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을 떠올리게 해서 감정의 대비를 보여준다. 또한, ‘그리워2번 반복함으로써 대비를 증폭시킨다.

 

마지막으로 마음속(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낼 순 없지만 사랑한다고 감정표현의 한계를 나타내면서 클라이맥스를 가진다. 2절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에서 끊는데, 이 역시 상상을 자극하면서 여백을 효과적으로 가져간다.

 

순우리말로 쓰인 가사가 오글거림을 없애준다.

모든 구절에서 감상자를 상상하게 만들며, 감정을 유도한다. 사랑의 고백 이후 좋은 기억을 상상하게 하고, 이는 다시 그리움으로 변하고, 그리움이 다시 사랑한다는 감정을 증폭시킨다.

 

발음

‘이 밤~’으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이목을 끈다. 노래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며, ‘이’에서는 배경음이 없었다가 ‘밤~’으로 누르는 동안 통기타가 페이드인한다. 조용하게 시작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 ‘첫 입맞춤에서 이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발음이 세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등장하기 때문에 공기를 사용해서 최대한 약하게 발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난 파도가부분은 감정이 격해지기 때문에 앞선 것들과 대조적으로 발음을 보다 세게 하고 있다.

 

선율

첫 문단의 멜로디가 다음 멜로디를 계속 유추하게 만든다. 이 밤 / 그날의 / 반딧불을 / 당신의/ 가까이 / 보낼게요 / ’, ‘사랑한다는 말 / 이에요’4-4-2로 분절되고, 끝 음을 올리면서 혹은 살짝 내리면서 다음에 어떤 말이 온다는 것을 쉽게 알려준다. 이런 식의 진행이 계속 반복되면서 가사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고 리듬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음색

아이유의 음색은 익히 들어서 알 것이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겠다.

 

마치며

국민가수 타이틀 보유자답게 쉽고 익숙한 (문학적/음악적) 표현들을 사용해서 감수성을 이끌어낸다.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의 사랑을 듬뿍 느꼈을 것이다. 단지 그 아름다움 덕에 편히 보낼 수 있었던 수많은 밤을 대신하여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밤 잠 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보기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e-w6EzVIgM 

[인터뷰 풀영상] 가수 아이유 (201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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