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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SSERAFIM <EASY>

 

르세라핌은 마치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처럼 보인다. 정규 앨범 활동과 콜라보레이선 싱글 활동 이후 처음으로 돌아오는 미니 앨범이기도 하고, 한국 기준으로는 실제로 새 학기를 맞이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남아 있기도 해서 그런 듯하다. 하드 록 사운드, 트랩 비트, 아프로비츠 같은 사운드적인 시도들도 새 학기 새출발에 나선 학생들처럼 느껴지게 한다.

3개 국어로 쓰인 인트로 트랙 Good Bones, 타이틀 트랙 EASY, Blue Flame과 Sour Grapes의 유전자가 담겨 있는 수록곡 Swan Song, 해외에서 유행하는 장르를 채용한 Smart, 팬 송인 We got so much까지 5곡에 꽉꽉 눌러담은 르세라핌 클래식 구성이다.

살짝 부담스러운 인트로만 제외한다면 이지리스닝 구성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완성도는 아니다. 예를 들면 Good Bones의 기타 리프 위로 뜨겁게 끓어오르는 ‘EASY, CRAZY, HOT I can make it’ 부터가 그렇고, EASY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자아내는 편곡이 그러하며, Swan Song의 가사와 허윤진의 보컬이 그러하다. ‘Work out in secret / 아귀가 착착 맞지‘에서 발음을 살리는 방법이나 We got so much의 신스 베이스 같은 것들은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들은 괜찮은 습작들을 마무리지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단 다양한 시도를 하고, 거기서 괜찮은 것들을 추린 뒤에 완성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분명 창의적이고 실제 이 EP 역시 그러하지만, 천재가 만든 결과물이나 장인 정신을 쏟아부어 만든 것들과는 차이가 느껴진다. 두 일본인 멤버 사쿠라와 카즈하의 발음과 음정 보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쉽지만, 은채의 존재감이 옅어진 것이 더 문제다. 이전까지는 ‘라이옹’이나 ’만채‘같이 막내의 이미지가 어필됐다면, 본작에서는 어떠한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가장 문제는 Smart인데, 원 장르의 매력인 섹시함과 끈적함 같은 것들은 거세돼 버렸다. 겉껍데기만 아프로비츠를 빌려놓으니 있어보이는 척 하는 용도로밖에 활용되지 않는다. 빈 속을 르세라핌의 주제로 채워놓긴 했는데, 그렇다면 왜 아프로비츠여야 하는가? 훅 메이킹 역시 육감적이지 못하고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외적인 것들로 중무장한 이 트랙이 활약한다면 단독 공연의 세트리스트 속에서나 플레이리스트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일 것이다.

몇 트랙들에 단점들이 존재하고, 일부는 곡의 매력을 죽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곡의 구성이나 퀄리티 면에서는 역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인상적이다. 르세라핌이 새출발에 나선다는 점, 매력적인 개별 트랙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괜찮은 첫걸음임에는 분명하다.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케밥과 피자를 같이 파는 가게가 많더라. 무슨 조합인가 싶었는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음식, 게다가 둘 다 여러 재료를 섞어넣는다는 점에서 납득이 갔다. 어찌됐건 케밥과 피자가 맛만 좋다면 그만 아닐까? 만약 맛이 없다면 왜 케밥과 피자를 같이 파는지 지적할 수밖에 없다. (???: 조보아씨 잠깐 내려와봐유) 이번 EASY가 케밥&피자 가게라면, 피자는 맛있는데 케밥이 아쉬운 그런 느낌이다. 메뉴 정리만 좀 하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괜찮아요)
추천 트랙: EASY, Swan Song, We got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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