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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올라온 (여자)아이들의 신곡 Wife 뮤직비디오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야한 가사에 야한 뮤비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뮤직비디오가 독특해서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먼저 Wife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케이팝에서 Wife라는 단어는 정말 보기 힘듭니다.
유사연애와 관련 깊은 산업이니 '볼드모트'처럼 다루어집니다.
이 단어는 다음 2가지 이미지로 연결됩니다.
첫 번째로 ₩로 치환시킨 W 문자입니다.
₩ 표시는 한국의 원화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는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고
돈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케이팝 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로 환하게 웃는 5명의 멤버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스타일을 한 채로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5명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특히 머리와 옷은 밝은 색을 사용해서
배경과 글씨, 조명들로부터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들은 5명의 만화 캐릭터 같습니다.
Wife라는 제목과 캐릭터성은 다시 합쳐져
'Waifu'라는 단어를 연상시킵니다.
여기서는 '내꺼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 퀸카(Queencard)에서의 Body positive는 제거되었지만
Sexual freedom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트월킹 안무는 옷으로 전부 가려 전혀 야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셔츠를 걷어 허리를 내보일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가사는 제가 본 케이팝 중에서 가장 야합니다.
특히 한국어로 이루어진 16마디 벌스가 그러한데
'체리도 따먹어줘'나 '이제 너도 한 번 올라타봐' 등
노골적인 비유를 사용합니다.
이 한국어 가사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가려집니다.
해외의 리액션 비디오나 틱톡 챌린지 등에서 이야기되기 어렵습니다.
마치 옷으로 전부 가린 트월킹 안무처럼 말입니다.
물론 비주얼과 사운드에서 카디 비 류의 그것을 느낄 수 있겠지만
케이팝은 항상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빌려왔으니까요.
역시나 캐릭터적인 모습이 강조되는 장면입니다.
미연은 혼자 안무와 표정을 통해 귀여움을 강조하고
나머지 네 멤버끼리 후경에 서서 안무를 춥니다.
후경의 네 멤버는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미연은 그저 귀엽습니다.
그래서 이 다섯 명은 그저 귀여운 캐릭터가 되버립니다.
케이팝 산업은 1~20대의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빼앗아갑니다.
원하지 않게 노출이 많은/적은 컨셉트를 수행할 때도 있고
공개연애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일부 팬들과 '유사 연애 놀이'를 하는 행태는
아이돌 스스로도 원치 않습니다.
'Wife'의 곡 소개에는 "But I'm not." 이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노골적인 섹스 어필을 통해
그리고 너의 'Waifu'가 되지 않겠다는 이 선언을 통해서
전소연과 (여자)아이들은 '유사 커플' 대신
'워너비'로 자립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내꺼충 컷)
Nxde와 퀸카(Queencard)에서는 가사도 너무 단순하고
사운드도 계속 유사하게 가져가서 얄팍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사운드를 변경했고
가사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봐서
전작들보다 좋게 다가왔습니다.
노래보다 뮤비를 먼저 접하게 된 게 운이 좋았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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