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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Jeans [Get Up]

본작은 NewJeans(이하 뉴진스)2번째 EP.

 

뉴진스가 돌아왔다. 작년 여름을 자신들의 색깔로 듬뿍 적신 이후 꼭 1년 만이다. 두 번째 맞이하는 여름, 이번에는 아예 ‘So fresh, So Clean’ 할 것을 선언한다. 다양한 컨셉트와 뮤직비디오를 준비해 왔다. 뉴진스가 제안하는 올여름 트렌드, 바로 Get Up이다.

 

곡 작업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BANA와 함께했다. 기존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250, FRNK(Jinsu Park), Ylva Dimberg, Gigi가 이번에도 참여했다. 프로듀서진에는 Frankie Scoca, Catharina Stoltenberg, Henriette Motzfeldt가 새롭게 합류했으며, 이중 Frankie Scoca3(New Jeans, Super Shy, Cool With You)에 참여해서 트렌디한 곡 메이킹을 책임졌다. 탑 라인 메이킹에는 Erika de Casier, Fine Glindvad Jensen, Kristine Bogan, freekind.가 새로 참여했다. 랩의 비중이 늘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BANA의 실력파 래퍼 김심야(Donghyun Kim)와 빈지노(Sungbeen Lim)가 작사에 참여했다. 멤버들 중 해린과 다니엘 또한 작사에 참여으며, 특히 바이링구얼인 다니엘의 참여가 눈에 띈다.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린 프로듀싱이 인상적이다. 영국과 미국, 브라질과 유럽 출신의 일렉트로닉 장르들을 데려와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냄과 동시에 트렌디하고 유기성 높은 하나의 작업물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앨범의 파사드 New Jeans는 자신들의 모습과 이번 작품의 포부를 한 곡에 압축시킨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Y2K 감성을 파워퍼프걸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나타냈다. 저지 클럽 비트 위에서 낮게 반복하는 ‘New hair, New tee, NewJeans’의 귀여움은 놓치기 힘든 매력 포인트다.

Super Shy는 뉴진스가 발매한 곡들 중 가장 트렌디하다. 드럼 앤 베이스와 저지 클럽 비트,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멤버들의 보컬은 영국의 PinkPantheress와 같이 잔잔한 흥을 돋군다. K-Pop의 작법을 깨며 부드럽게 흘러가는 곡이기에 큰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혜인의 랩 파트만은 별사탕이 되어 곡을 한 번 더 재생하게 만든다.

파벨라 펑크(펑크 카리오카)의 브라스, 볼티모어 클럽의 보컬 찹과 리듬이 질주하는 ETA는 본작의 하이라이트다. 가사도 굉장히 인상적인데, 특히 프리코러스-코러스 부분이 그렇다. 각 라인 마지막을 그날로 끝내 반복적으로 과거를 상기시키는 방식, ‘혜진이지원이를 언급하면서 구체화시키는 방식, 과거 일어났던 사건의 나열에서 걔는 언제나 네가 없이 그날 / 너무 멋있는 옷을 입고 그날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방식, ‘What’s your ETA’의 반복을 통해 터뜨리는 방식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멜로디 라인도 뱅어 트랙으로서는 독특하게 힘을 살짝 내려놓음으로써 조금 슬픈 댄스 음악을 완성시킨다. 아메리카 대륙을 기원으로 하는 이 영등포식 댄스 팝을 듣고 있으면, 마냥 어딘가로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게 만든다.

한층 더 멜로우하게 가 보자. Cool With You는 보컬 사용이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다. 먼저 공간감있는 사운드와 혜인의 보컬을 통해 도입부를 사로잡고, 힘을 절제하는 보컬 디렉팅과 멤버들의 하모니로 곡을 이끌어간다. 보컬을 일종의 악기처럼 사용해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벌스에서 계속 등장하는 사운드 소스 하나가 2절 프리코러스에서 빠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Interlude 트랙 Get Up을 지나면 앨범의 마지막 ASAP에 닿는다. 이 몽환적인 아웃트로는 혼잣말, 청유형, 명령형의 가사들로 구성되어 마치 마음 급한 어린 아이와 같이 다가온다. 그렇게 1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다양한 것들을 쏟아내고 사라져버린다.

 

스페인에서 촬영된 Cool With You의 뮤직비디오는 프랑수아 에두아르 피코의 큐피드와 프시케라는 명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시를 감상한 뒤, 큰 감명을 받아 피아노 모음곡 고예스카스(Goyescas)를 만들었다. 그라나도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오페라로도 완성했고, 이 오페라는 19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마지막 별도 트랙 El pelele를 제외한) 6개의 트랙이 각각의 다른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음에도 유기성 있게 진행되는 피아노 모음곡과 이를 오페라로도 만들어낸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처럼, 뉴진스의 Get Up 또한 6개의 각기 다른 컨셉트를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트렌디함이다. 본작은 K-Pop 보다는 장르 음악들의 구현에 가까워 보인다. 250ETA를 제외하면, 나머지 곡들이 음악적으로 크게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EP 이후에 다른 K-Pop 그룹들이 보다 본격적으로 장르 음악들을 도입할까? 나는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음악적 새로움과는 별개로, 이번 EP는 확실히 트렌디하고 완성도 높다.

 

6곡짜리 짧은 ‘NewJeanscas는 다양함과 훌륭한 완성도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송라이터들의 개성을 살리는 프로듀싱과 이를 수행해내는 멤버들의 퍼포먼스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이번 여름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다.

 

★★★★

추천 트랙: New Jeans, ETA, Cool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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