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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었는데 잘 나왔죠?

3일권을 끊었다. 한 번 모든 날에 참여해보고 싶었다. 얼리버드로 18만 원 냈다.

 

타임테이블 보고 짠 스케쥴

먼저 뜬 후지락 라인업을 보고 스트록스, 엘르가든, 히츠지분가쿠까지는 예상했다. 키린지와 오토보케 비버는 전혀 예상 못 했고, 내가 후지락 2일차에 가서 엘르가든과 히츠지분가쿠를 볼 것도 예상 못 했다. 아무튼, 이렇게 짰고, 실제로도 비슷하게 봤다. 갤럭시익스프레스와 김창완밴드를 빼서 아쉬웠다. 첫날부터 몸이 엄청 안 좋아서 3일 내내 아세트아미노펜 먹어가면서 버텼다.

 

후지락에 다녀온 직후라 비교되는 부분이 좀 많았다. 안 좋은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잊어버리자. 일단 음향이 안 좋았다. 같은 스테이지여도 해외, 특히 일본 밴드들은 사운드가 괜찮았는데, 엔지니어링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장소가 작다. 그리고 돗자리가 너무 많다. 밥은 앱으로 예약을 해야 되더라. 일본에 있는 동안 예약이 끝나서 나가서 먹고 왔다. 부스들이 별로였다. KB 부스에서 얼음물을 줘서 거기만 애용했다. 쓰레기를 바닥에 다 버린다. 후지락은 재활용 부스를 많이 만들고 신경을 많이 썼는데, 펜타포트는 재활용 부스도 적고 가족/해외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가 신경을 잘 안 쓰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2일차에 250 끝나고 나가는데 잔디밭에 쓰레기가 잔뜩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SKT LTE가 거의 안 터지는 수준이었다. 단점을 많이 늘어놓긴 했는데, 아마 처음 가는 사람들은 크게 신경 안 쓰일 것 같다.

 

DAY 1 - THE VOLUNTEERS

1일차 - THE VOLUNTEERS, KIRINJI, (김윤아), 장기하, ELLEGARDEN

발룬티어스 무대 도중에 도착했다. 인상은 "그냥... 평범했어요." 나쁘다고 할 것도 없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것도 없다. 그래도 이쁜 사진(폴라로이드) 하나 건져서 좋았고, 기차놀이도 하고 재밌게 즐겼다. 키린지 무대는 좋았다. 일단 키린지 라이브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 killer tune kills me, 時間がない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때 악기들 음향이 조금 아쉬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 걸 보니 몸이 안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김윤아 솔로곡들 유명한 거 하나도 안 하더라. 그리고 독특한 컨셉트 하나 잡고 하던데, 결과적으로 엄청 마이너한 무대가 됐다. 그렇다고 메시지가 와닿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가 스탠딩 자리가 엄청 비어서 살짝 앞에 가서 사진만 찍고 누워서 잤다. 보컬은 진짜 좋았는데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가 꾸릴만한 무대였는지는 글쎄. (이런 말 하기는 좀 어떨까 싶지만) 여초 커뮤니티 중심으로 찬양글이 좀 나왔었는데, 주접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3일 통틀어 제일 워스트였다. 장기하 무대도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스탠딩으로 갔다. 장얼 시절 유명한 노래들도 불러줘서 좋았다. 여하튼, 조금 즐기다가 엘르가든 스탠딩 가서 대기탔다. 엘르가든은 후지락에서도 지나가면서 조금 들었지만(Missing 정도), 제대로 듣고 싶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DAY 2 - 실리카겔
DAY 2 - 검정치마

2일차 - 메써드, OTOBOKE BEAVER, 실리카겔, 검정치마, 이디오테잎, THE STROKES, 250

오토보케 비버를 좋아해서 전날보다 일찍 입장했다. 그 전에 좀 일찍 도착해서 메써드 무대를 좀 볼 수 있었다. 메탈은 못 볼 줄 알았는데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물대포 많이 맞아서 시원했다. 멘트에서 어떤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토보케 비버 무대는 정말 좋았는데, 국내에서도 이번 무대 기준으로 보다 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실리카겔은 자타공인 라이브가 더 좋은 밴드고, 실제로 음원보다 훨씬 좋았다. 이런 팀이 인기가 많아서 참 좋다. 특히 김춘추 기타가 돋보이더라. 8월 18일 나온다는 싱글 틱택토도 좋았다. 실리카겔보고 밥 먹으러 나갔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승윤이 '자기가 공식 밥타임이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도 조금 들었고, 역시 이승윤이다 싶기도 했다. 자기 노래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나중에 한 번 들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도 몇몇 노래 좋아한다. 밥 먹고 와서는 앉아서 검정치마 무대를 봤다. 인기 정말 많아서 그 스탠딩 존이 다 차더라. EVERYTHING이랑 ANTIFREEZE는 확실히 하이라이트였다. 3집에서 상수역 대신 레스터번햄, 섬 같은 노래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이디오테잎은 라이드 대신 나와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무난하게 채웠던 것 같다. 얼마 못 보고 스트록스 대기타러 갔다. 스트록스는 생각보다 좋았다. 너무 기대를 안 했나. 결과적으로는 옆에 분들이랑 Bad Decision, LAST NITE 같은 곡들 떼창도 해 보고 같이 춤도 추고 해서 재밌었다. 쥴리안 보컬 상태도 좋았고. 술 취해가지고 헛소리하느라 분위기 애매해졌던 거랑, 10분 남겨놓고 조기퇴근한 건 이뭐... 싶었지만. 마지막으로 미드나잇 스테이지 250. 초중반부에서 느꼈던 독특한 느낌은, 뭔가 춤삘은 오는데 어떻게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이게 뽕인가? 아기공룡 둘리나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곡으로 떼창도 만들고, 뱅버스나 돌리고 돌려 같은 곡으로 텐션 올리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바라보고, 로얄블루도 좋았고, 사랑이야기부터 춤을 추어요까지 이어지는 한상철의 퍼포먼스도 너무 너무 좋았다. 야간할증 택시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DAY 3 - HITSUJIBUNGAKU

3일차 - HITSUJIBUNGAKU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스킵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러면 얼리버드로 하루 9만 원 돈 주고 본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악물고 하나만이라도 보고 왔다. 양문학은 사실 후지락에서도 봤고, 세트리스트도 거의 비슷해서 찢었다 이런 생각은 안 들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인 パーティーはすぐそこ도 들었고, 한국어 멘트도 많이 들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모에카와 유리카의 개쩌는 엔딩을 영상으로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펜타포트 베스트 팀 둘을 뽑아보자면,

 

ELLEGARDEN (DAY 1)

일본 밴드가 왜 헤드라이너에 섰는지 다 보여줬다. 무대 퍼포먼스, 80분에 21곡을 때려박는 미친 세트리스트, 한국 팬들을 위한 Marry Me, 그 와중에 한국어랑 영어는 어쩜 그리 잘하는지. 가수를 몰라도, 노래를 잘 몰라도, 일본어를 몰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심지어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좋다.)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라면, 이런 무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무대를 보고 좋아하는 가수들 무대도 많이 봤지만, 이 날 엘르가든의 무대는 잊기 어려울 것 같다.

 

OTOBOKE BEAVER (DAY 2)

오토보케 비버 무대를 보고서 베스트에 꼽지 않을 수 있을까? 단연 이번 펜타포트의 주인공이었다. 첫 내한 무대를 이렇게 대단하게 꾸릴 줄이야. 40분 무대였지만 원체 노래들이 짧아서 여러 곡을 부를 수 있었고, 곡 끝날 때마다 "Thank you, we are Otoboke Beaver!"로 멘트를 대신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네 명도 존나게 힘들어했지만, 나도 진짜 무대 즐기면서 무릎 잡고 헉헉댈 정도로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 보컬 앗코링링, 기타 요요요시에, 드럼 카호키스의 미친 연주와 무대 퍼포먼스, 베이스 히로쨩의 정상인 포지션까지 다들 멋있었다. 중앙 펜스 바로 뒷열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운이었다. 마지막에 드럼 스틱 내팽개치고 기타를 관객석으로 던지는 퍼포먼스, 요요요시에의 다이빙까지. 추가적으로 기타는 돌려달라는 현실적인 멘트는 덤이다. 초반에 앨범 같은 거 안 들고 왔으니까 인터넷으로 사라는 말도 재밌었다. 그냥 올해 제일 좋았다.

 

올해 펜타포트 라인업은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일단 일본 라인업이 다 너무 좋았고, 스트록스처럼 어디에 내놓아도 헤드라이너인 밴드도 데려왔다. 국내 라인업도 기존에 자주 보이던 밴드들 대신 실리카겔, THE VOLUNTEERS, 새소년, 보수동쿨러, 나상현씨밴드, SURL, 데이먼스 이어, WAVE TO EARTH, 250 등 새로운 피로 채워낸 점도 나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건강 때문에 보진 못 했지만, 김창완 밴드를 헤드로 세우는 것도 좋았다. 해외 라인업만 조금 더 보강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진짜 드림캐쳐는 부를 만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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