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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I've IVE]

본작은 IVE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IVE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6인조 K-Pop 걸그룹이다. 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으로 데뷔했던 안유진과 장원영을 주축으로 출발했다.

IVE는 21년 12월 싱글 Eleven으로 데뷔를 알린 후, 이듬해 2월 싱글 LOVE DIVE로 크게 성공하여 이른바 ‘4세대 걸그룹’의 선두에 섰다. 기존 K-Pop의 2가지 주된 테마 걸크러시와 자아 존중을 독특한 형태로 합친 나르시시즘 컨셉트, 이를 뒷받침하는 멤버들의 연기력, 높은 완성도의 어두운 사운드로 다른 그룹들과 차별화된 IVE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후 발매된 싱글 After LIKE에서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그룹의 개성을 옅게 하는 대신, 대중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전작까지 이어져 오던 이미지는 수록곡 My Satisfaction으로 넘겼다. 타이틀곡 After LIKE은 작년 K-Pop 시장에서 유행했던 유명 곡 샘플링 방식을 사용했고, 현재 유행 중인 장르 디스코를 차용했고, 세련된 비트 대신 뽕끼를 강하게 집어넣었다. 그래도 가사에 담긴 나르시시즘은 여전했다. 레이의 ‘LO 다음에 I 그 다음에 VE’ 라인에서는 그룹명을 활용한 재치 있는 말장난 형식 위에 ‘사랑 사이에 놓인 나’라는 메시지를 얹어 자신들의 컨셉트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가을의 킬링 파트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이러한 그룹의 컨셉트를 멤버들이 얼마나 잘 소화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주기도 했다.

본작 I’ve IVE는 After LIKE의 연장이다. 대중성을 더 노렸고, 개성은 더 옅어졌다. 그래서 굉장히 아쉬운 결과물이 됐다. 리드 싱글인 Kitsch, 본작의 타이틀 I AM도 전부 기대 이하다.
Kitsch는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키치함을 노렸으나 무성의한 후렴구가 한껏 달아오른 기분을 죽여버린다.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라는 노랫말은 매력적이나 뜬금없다. ‘키치’를 한껏 외치는 가사는 전혀 키치하지 않다. 독특한 박자의 목관악기 샘플과 장원영의 음색은 분명한 매력포인트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I AM은 이보다 더 아쉽다. 스타 작사가인 김이나의 가사는 나르시시즘적인 매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느린 템포의 진행과 코러스의 찢어지는 고음은 긴장을 해소하면서 쾌감을 주겠다는 의도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름답게 울리지 못한다. MV에서 조잡하게 낙하하는 장원영은 또 뭔가.

다행인 건, 주요 트랙들은 실패했어도 몇몇 트랙들에서는 좋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Lips와 NOT YOUR GIRL은 조금 뻔하긴 해도 가볍고 멜로딕하다. 감상자의 기분을 손쉽게 끌어올린다.
Mine도 유사하다. 정석적이면서 미니멀하다. 장원영 단독으로 작사한 가사도 깔끔하다.
섬찟 (Hypnosis)는 본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이다. 곡의 도입부와 더불어 랩으로 진행되는 벌스들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랩 실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트랙 구성은 확실히 실패했다. 곡 간 유기성을 찾기 힘들다. 도대체 섬찟 (Hypnosis) 다음에 NOT YOUR GIRL이 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발매 하루가 지난 시점 멜론 Top 100에 차트인한 노래는 4번 트랙 Lips까지다. 이는 Lips에서 5번 트랙 Heroine로 이어지는 부분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차라리 6번 트랙 Mine이나 8번 트랙 NOT YOUR GIRL을 앞으로 옮겼으면 조금 더 차트인시켰을 것이다. 해외 차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특별히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앨범 커버와 제목은 호평할 만하다. 앞선 세 싱글의 메인 컬러로 각각 R-G-B 빛의 삼원색을 차용했기에 이번 앨범의 메인 컬러를 흰색으로 정했다. 앞서 보여줬던 싱글들의 여러 가지 색깔을 합쳐서 보여주겠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말장난을 사용해서 그룹의 컨셉트를 강화시킨다.

결론적으로 본 앨범은 음악이 아쉽다. 가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미끄러졌기에 이번 추락의 ‘그래프는 폭이 크’다. IVE라는 그룹을 만드는 일원들에게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활동에서는 본작의 아쉬움을 반전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
추천 트랙: Lips, Mine, 섬찟 (Hypnosis), NOT YOUR GIRL

* 이 글은 2023년 6월 17일 한 차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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