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 못 읽고 때려쳤었는데, 드디어 다 읽었다! 집합론, 범주론, 수리논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경험들과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증명을 직접 해 봤던 경험이 글을 보다 쉽게 읽는 데 도움을 주었다. 예전에 잘 안 읽혔던 책들을 다시 읽을 때 쉽게 느껴지는 경험을 종종 하는데, 그 때마다 그래도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칸트, 헤겔과 같은 이전 시대의 철학자들은 너무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비트겐슈타인은 공학도에 논리 이야기라 그런지 참 맘에 들었다. 수학에 관해 한 이야기 중에서 집합론은 갖다 버려야 한다는 말만 빼고.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둘은 집합론과 확률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러셀&화이트헤드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명료하고 깔끔한 형태의 논리로 ..
AI가 가장 먼저 유효하게 등장한 곳은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입니다. 표현이 살짝 안 익숙한데,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쇼츠 알고리즘 스포티파이 알고리즘 같은 겁니다. 이게 왜 유효했냐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보여줄 수 있어져서 돈이 됐기 때문이죠. 요새 ChatGPT가 적자라는 기사도 몇 번 본 거 같은데, 결국 AI를 사용해서 어떻게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 거냐가 중요합니다. 왜 4차 산업혁명 소리를 듣겠어요, 돈이 되니까 산업혁명이지, 돈이 안 되면 그냥 과학혁명입니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때문에 확증편향 현상이 발생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틀튜부니 뭐니 비하적인 발언도 나오고 있구요. 여기까지 온다면 이 알고리즘은 나에게 맞는 컨텐츠들을 제공하는 거 같습니다. 나만을 위한 컨..
몇몇 사람들은 어느 사람들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영잘알', '음잘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잘알' 이라는 postfix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음잘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음잘알이라는 표현은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의 준말입니다. 언어 분석 철학의 관점에서 세 단계로 단어를 쪼개어 생각해보면, '음악'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우리네를 가리키는 단어이니 제외하겠습니다. 음악도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깊게 들여다 보면 살짝 애매합니다. 어디까지를 음악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연의 소리를 레코딩한 것도 음악으로 볼 것이냐, 노이즈도 음악이냐, 4:33도 음악..
닮은 두 사람과의 삼각관계는 아사코의 선택에 의해 결말을 맺게 된다. 아사코는 두 인물과 처음 만날 때 겉모습을 보고 먼저 관심을 내비치지만, 연애를 시작할 때는 남성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바쿠와의 첫 만남에서는 미술관에 있던 바쿠를 따라 나오지만 갈림길에서 돌아서려 하고, 료헤이와의 첫 만남에서는 료헤이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바쿠, 료헤이와의 연애는 남성 쪽에서 먼저 애정 표현과 고백을 건네며 시작된다. 아사코가 재난(혹은 재난과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사코는 주체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사코는 료헤이에게 이별을 고한 뒤, 친구 마야가 초대한 연극 시간이 료헤이와 겹치지 않았으면 해 조용히 날짜를 다음 날로 미룬다. 료헤이는 아사코를 찾..
서론 2023년 11월 25일 넥슨이 서비스 중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업데이트에서 남성 혐오 표현 논란이 발생했다. 게이머들이 해당 캐릭터의 업데이트 영상 내에서 나타난 손가락 형태를 부자연스러운 남성 혐오 표현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해당 외주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의 다른 작업물들과 제작진 X(舊 트위터)의 페미니즘 및 남성 혐오 표현들이 드러나며 게임 업계 전반에서 해당 표현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 및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여성 운동 세력과 일부 신문사에서는 해당 표현을 정상적인 ‘집게 손가락’으로 규정하고, 스튜디오 뿌리 및 해당 업계에 대한 여성 혐오로 간주하여 사태의 양상이 커지고 있다. 같은 게임 개발자이자 20대 남성의 입장에서 나는 해당 이슈를 남성 혐..
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때론 세상에 없는 것을 인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착시와 환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괴테는 자신의 색채론을 통해 뉴턴을 비판합니다. 뉴턴의 광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기계적이며 결정론적이고 환원주의적인 특성을 경계하며, 자연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바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은 자연에서 발견한 것이라는 근대 합리주의적인 주장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시작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여 20세기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부서집니다. 진리라고 믿었던 뉴턴의 과학들도 이제 실제 세계와 어느정도 분리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괴테의 색채론이 뉴턴의 광학보다 진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