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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NA [GOOD MORNING]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발바쁘게 바뀐다. YENA(이하 예나)와 함께 조유리즈를 이루고 있는 조유리는 "고여있지 않고 어디로든 흘러가"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살아남기 더 유리한 것 같다. '민희진표 변증법'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중들은 금세 질려하고 만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는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정말 귀하다. 특히 시시각각 트렌드가 변하는 팝 음악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나가 첫 EP ˣ‿ˣ (SMiLEY)를 발매했을 때만 해도 그저 (작년의 뉴진스처럼) 트렌디한 장르 음악을 접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SMARTPHONE과 HATE XX, 그리고 본작에 이르러서까지 3년 동안 끊임없이 팝 펑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예나는 한국 팝 펑크의 아이콘으로 봐도 손색없을 듯하다.

 

물론 한국에서 팝 펑크를 하는 가수가 예나뿐인 것은 아니다. 멀리 안 가고 당장 K-Pop에서도 (여자)아이들이 있고, 이번 앨범에 참여한 WOODZ와 네이슨이 있다. 그러나 지금 국내 음악 시장에서 팝 펑크를 생각할 때 예나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예나가 가장 적극적으로 팝 펑크 이미지를 내세운다는 점에 있다. 이미지 변신을 꾀한 싱글 Love War를 제외한 모든 작업물에 팝 락과 팝 펑크의 색채가 짙게 깔려있다는 점, (비록 삐끗하긴 했지만) HATE XX에서나 본 앨범의 마지막 트랙 미운 오리 새끼에서 팝 펑크로 유명한 인물들(각각 올리비아 로드리고, WOODZ와 네이슨)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새로운 팝 펑크의 조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는데(그녀가 팝 펑크의 리바이벌의 첫 주자는 아니지만 팝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크게 파급력을 일으켰다), 이는 팝 펑크의 이미지가 그녀로부터 변화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에이브릴 라빈의 Let Go나 그린 데이의 Dookie의 이미지가 '틴에이지 펑크'에 가깝다면, 올리비아의 SOUR는 'Y2K 리바이벌'의 이미지에 가깝다. 예나는 이 올리비아의 이미지를 'MZ세대 아이콘'이나 'ENFP' 같은 수식어들로 훌륭하게 번역해냈고, 무엇보다 각종 예능 활동과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EP에서 제시하는 팝 펑크의 DNA도 중요하지만, 본작이 특별해지는 지점은 이런 단순한 장인정신 같은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예나는  ˣ‿ˣ (SMiLEY)부터 보여준 밝은 모습(SMILEY나 SMARTPHONE 등)과 어두운 모습(Lxxk 2 U, WithOrWithOut 등)은 모두 그녀 본연의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싱글 Love War에서는 그간 살짝 보여주는 데 그쳤던 어두운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했고, 직후 싱글 HATE XX에서는 어두운 모습과 팝 펑크를 결합하려 했으나 너무 안일했다. 이후 SMILEY-Japanese Ver.- (feat.ちゃんみな)에서는 챤미나를 영입해서 BIBI의 역할을 대리함과 동시에 보다 어두운 이미지를 밝은 곡에 결합시켜냈다. 그리고 본작에 이르러서는 예나의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팝 펑크 안에 제대로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Good Morning은 디스토션이나 강렬한 기타 사운드를 통해 진한 락 색채를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이미지를 만들어냈으며, 미운 오리 새끼는 기존같으면 Before Anyone Else에서처럼 수동적인 이미지("난 아직 그 자리에 서 있어"와 같은 가사와 가성 처리 등)였을 법한 태도가 주체적인 이미지("I don't wanna cry")로 변화한다. 전작에서보다 발전한 모습들도 확 들어온다. 예를 들면 Good Girls in the Dark는 WICKED LOVE를 연상시키지만 코러스 진행이 지루하지 않고, Damn U는 Lxxk 2 U를 연상시키지만 틀에 박혀 있지 않다. 

 

솔로 데뷔 3년째를 맞이하는 시점에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로 집약하는 데 성공해냈다. 회사의 프로듀싱을 받는 아이돌이면서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로 가수로 자립했다. 한껏 꾸며내면서도 하나도 꾸밈 없는 이 솔로 아이돌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영리할 지도 모른다.

 

★★★☆ (좋아요)

추천 트랙: 전곡

* 전곡을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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