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babyMINT [Loading... FUN!]

작년 yeule 자신의 음악적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앨범 <Softscars>를 발매해 아방가르드한 팝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그 시점 대만에서는 babyMINT가 무려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같은 일을 벌이고 있었다.

 

babyMINT신시대 아방가르드 실험 걸그룹을 표어로 내세운다. 첫 트랙 La Nueva Era에서는 스페인어 제목에서부터 The New Age, 신시대를 표방한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한국어가 섞인 이 트랙은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신시대의 전조 그 자체다. R!ng R!ng R!ngNOBODY LUVS U :(를 넘어가면 문제의 트랙 Hellokittybalahcurrihellokitty美味しい와 마주한다. 아니, R!ng R!ng R!ng을 지나치면 안 된다. 단순한 필러 트랙이 아니라 Paranoid London처럼 런던에서 만날 수 있는 전자 음악가들의 사운드다. 보컬과 박수 샘플의 정확한 위치, 중화권 음악의 멜로디에서 블랙 뮤직 톤의 보컬과 Liquid DnB 사운드로 침잠한다. NOBODY LUVS U :(도 그렇다. 사운드클라우드 인디 싱어들의 사운드 소스를 가져와 저지 클럽을 섞는다. 훅을 이루는 ‘Get up’의 박자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면 무심코 지나칠 뻔한 트랙들조차 그냥 만든 것이 아니구나 깨닫는다.

 

이제 Hellokittybalahcurrihellokitty美味しい의 차례다. 메이드 카페의 모에모에 큥에서 가져온 듯한 마법의 주문은 ‘Speed up’이라는 요청에 의해 BPM을 가속한다. 카와이이 퓨쳐 베이스 사운드가 ‘Omega!’와 함께 완전 전파계로 바뀌는 순간 왜색은 보다 짙어진다. 체리 블렛 소속이었던 Lin Lin의 랩은 가사가 인상적이진 않지만 톤이 좋아 분위기를 확실하게 이어준다. ‘카레 마시고 우유 먹자며 냐루코양이 베이비메탈로 변하면 yeuleX w X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무대 이야기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전자 오락기 앞에서 오타게를 추는 멤버들, 블랙핑크와 뉴진스를 연상시키는 Lin Lin Hsu Hsu의 모자를 보면 확실히 대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DAAAAAMMMN은 인상이 옅은 편이지만 하이퍼팝과 연계하면서 마무리짓는 부분은 기억할 만하고, No Way는 연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로 구슬픈 악기, 첨밀밀과 같은 고전적인 중국식 보컬이 인상적이다. Icky蛙化 °(╭╮ (蛙化: 와화, 개구리화)는 인트로의 신스 웨이브 사운드, YOUNG POSSE UP을 떠올리게 하는 저지 드릴, 훅으로 가는 브릿지에서 ‘Don’t kill the vibe’라며 위스퍼로 까는 부분, Lana Del Rey A&W를 연상시키는 사운드 체인지까지 여러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눌러담았다.

 

GrAb Me If U CaN!!은 제목과 스타일에서 underscores를 연상시키지만 사운드는 100 gecs에 훨씬가깝다. Ocean Bomb은 힘을 뺀 2스텝 트랙처럼 보이지만 코러스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딥하우스로 변화하고 마지막에는 Porter Robinson, Madeon ShelterShawn Wasabi Marble Soda로 마무리한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2023 : BBMeme ODYSSEY. 오디세이를 알리는 장엄한 인트로를 전파계 베이퍼웨이브로 비틀어버리고 정글을 지나 코러스에 이르러서는 카와이이 퓨쳐 베이스와 하이퍼팝 같은 것들을 추가로 끼얹는다. 트랩과 해체적 클럽의 랩 파트 이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웅장함이 기다린다. 마지막에는 다시 베이비메탈로 돌아와 오타게와 캉캉을 춘다.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진행에 <Loading… FUN!>이라는 제목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보너스 트랙 EAT >U<p에 대해서도 몇 가지 할 이야기가 있지만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본작은 작년 후반기부터 발매된 싱글들을 모으고 보너스 트랙 EAT >U<p을 추가해 발매한 것이다. 앨범 자체는 12월 말에 발매되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최근 접하게 되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최근 들었던 앨범 중 가장 재미있었고 ‘2024년에도 아방가르드를 이야기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든 앨범이다. K-Pop, 전파계, 하이퍼팝, 중국 음악이 큰 축을 담당하며 전반적으로 아쉬운 보컬 퍼포먼스보다 대단한 실험 정신이 훨씬 돋보인다. 하와이안 피자와 김피탕을 넘어선 런던 베이글 민트 초코 피자 수준의 편견 없는 혼합을 즐겨보길 바란다.

 

 

★★★★☆ (취향저격)

추천 트랙: R!ng R!ng R!ng, Hellokittybalahcurrihellokitty美味しい, Icky蛙化 °(╭╮)°, No Way, GrAb Me If U CaN!!, 2023 : BBMeme ODYSSEY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