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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공연이 방금 끝났습니다. 지난주 비판을 의식해서 피드백을 많이 한 모습이었습니다.

1주차 공연을 제대로 보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빴어요. 라나 델 레이만 조금 봤고 게스트 나오는 것도 못 봤습니다. 돌아다니는 영상이랑 후기만 조금 봤기에 글쓸 생각을 안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이렇게 포스트를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1주차의 무대는 아쉬웠고 2주차의 무대는 평범했습니다. 보컬 퍼포먼스도 아쉬웠지만 그런 퍼포먼스가 무대에서 나타난 게 더 아쉬웠습니다.

르세라핌은 보컬 퍼포먼스가 좋은 팀은 아닙니다. 지난 EASY 앨범에서도 크게 지적했습니다. (보컬적인 면보다도 매력적인 면을 더 이야기했지만요.) 그럼에도 팀이 인기를 얻고 좋은 차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부족한 부분들을 감추고 보정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겁니다. 멤버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더 시키고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었을 거고, 부족한 보컬을 드러내되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적 컨셉트를 잡는 대안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감추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무대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역량의 부족이 드러난 1주차 무대는 아쉬웠고, 거의 드러내지 않은 2주차 무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발성이 부족하고 음정을 못 맞추고 호흡이 흔들리고 박자를 놓치던 1주차의 모습들은 AR을 사용해서 가렸습니다. AR에 의존하던 가수들에게 AR을 빼앗는 것은 부족한 실력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의존처가 없어진다는 심리적 악영향도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라이브에서는 AR을 틀었지만 장비 문제 혹은 송출 문제로 유튜브 라이브 상에서만 빠진 거라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무대 구성한 하이브 팀 문제일 수도 있고 코첼라 측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가수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 없습니다. 김채원 정도 제외하면 큰 무대에 서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었습니다. 김채원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 파트는 어느 정도 소화했다고 봅니다. 다른 멤버들이 모두 라이브가 뛰어났다면 김채원 실력을 가지고 트집잡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곧 데뷔 2주년을 맞이하는 그룹이고 연습생 시간도 함께 고려한다면 재능이 없거나 나태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멤버가 전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비난하기에는 조금 지나칩니다.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 단체 생활하면서 연습도 많이 할 겁니다. 외모도 뛰어나야 하고 안무도 대형도 맞춰야 하는데 체중 관리까지 합니다. 아, 언어 공부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꿈 하나만을 품고 뛰어들었는데 시장은 혹독합니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어떻게 됩니까. 많은 여자 아이돌들이 아이유를 꿈꾸는 것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많은 것들을 이룬 사람이 아이유 정도밖에 없기 때문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전 멤버가 학폭으로 탈퇴하면서 그룹이 어그러지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너무 뚜렷한 증거들 때문에 소속사에서도 장고 끝 흔적 지우기에 나섰고 대중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 멤버가 하필 보컬 멤버였기에 밸런스가 무너져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후 antifragile과 perfect night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까지 했으니 괜찮은 것처럼 보였을 순 있지만 균열은 점점 커져 급기야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김가람 다시 데려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차라리 다른 뉴페이스를 데리고 오면 모를까.)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무대는 더 중요해졌습니다. 바뀐 상황을 제대로 인지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치 지난번 라이브와 달라진 오늘 스테이지처럼 적극적인 피드백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더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코첼라 공연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봤습니다. 미국에서 하는 가장 큰 규모의 음악 축제라는 타이틀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봤습니다. 라이브를 못하는 것을 넘어서 국제 망신이니 나라 망신이니 하는 것들을 봤습니다. 이건 르세라핌이라는 그룹,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망신이지 우리나라의 망신이 아닙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해외 밴드가 나왔는데 라이브를 조졌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침 유튜브 생중계도 하고 있었다고 칩시다. 그게 밴드의 자존심을 구길 일이지 그 밴드가 결성된 국가를 욕보이는 일인가요? 물론 케이팝은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장르에 국가적인 색깔이 들어있기도 하고 팬층 역시 독특하구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다음엔 더 많은 케이팝 밴드들이 무대를 가졌을 지도 모르죠. 우리나라의 민족주의적인 점이 사고 방식에서도 산업 자체에서도 드러난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미국의 큰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자극한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을 향한 -서구를 향한- 무한한 동경과 그를 넘어선 문화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나타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짜증납니다. 은연 중에 깔려 있는 계급화와 자기비하는 언제쯤 그만할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특별히 정치적으로 반미주의자도 친미주의자도 아닙니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무대가 재미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악 방송이나 단독 공연에서 보여주는 무대랑 다를 필욘 없겠지만 다르지 않아서 인상적인 것도 없었습니다. 세션은 너무 좋았지만 케이팝이 페스티벌에서 밴드 세션을 사용하는 것도 이젠 너무 예측가능한 영역이구요. 다른 아티스트들이 무대 구성에 공을 들이는 것, 무대를 장악하는 동선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라나 델 레이도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로 들어오는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도 무대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할 아티스트 그룹이 더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르세라핌이라는 밴드의 한계를 투영한 것 같아 슬펐습니다. 무대가 달라서 안 된다는 한심한 답변을 하지는 않겠죠. 가운데 뭉쳐 그저 안무를 추는 건 큰 스테이지를 꽉 채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왼쪽 갔다가 오른쪽 가고 가운데 와서 지금까지 누구누구였습니다 하는 방식은 너무 뻔하고 성의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 문화에 대해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은 디테일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연을 본 주제에 주저리주저리 길었습니다. 하지만 코첼라가 유튜브 라이브를 송출하는 데는 잠재적인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광고는 역효과를 냈고, 르세라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이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지갑을 열 일도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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