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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때론 세상에 없는 것을 인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착시와 환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작중 서래의 드레스는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녹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헤어질 결심(2022)

 
괴테는 자신의 색채론을 통해 뉴턴을 비판합니다. 뉴턴의 광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기계적이며 결정론적이고 환원주의적인 특성을 경계하며, 자연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바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은 자연에서 발견한 것이라는 근대 합리주의적인 주장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시작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여 20세기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부서집니다. 진리라고 믿었던 뉴턴의 과학들도 이제 실제 세계와 어느정도 분리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괴테의 색채론이 뉴턴의 광학보다 진리에 가깝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명한 1+1=2 증명 일부.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쌓아 올린 바벨탑처럼 보인다. 수학 원리(1910)

 
17~18세기 라이프니츠와 버클리 등의 관념론자들은 사물의 존재가 지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존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세계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것으로 모두에게 동등하게 존재합니다. 그러나 세상 속에 살아가며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같은 것을 경험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우리 또한 세상의 일부로 존재하기 때문이고, 선조로부터 내려 온 유전자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것들 위로 경험이 쌓여 정신적인 것을 구성합니다. 불교에서는 개인의 내면 수행에서 그치지 말고 실천할 것을 가르치는데, 이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도 물리적이다. 뉴럴링크(2021)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의 분리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학습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접 경험한 것을 보고 잘못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기존에 경험했던 것에 끼워 맞춰 잘못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지식을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다양한 주관적인 경험과 주장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GPT3.5는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한다. ChatGPT

 
다양하게 많이 보고, 듣고, 느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생깁니다.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타인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금의 개성의 시대를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색채론", 민음사
2. 이석재, "ESSE EST PERCIPI? SOME EARLY MODERN PERSPECTIVES ON THE FUNDAMENTAL MIND-DEPENDENCY OF OBJECTS", ICMPC 13
3. "불교는 관념의 종교인가", 불교신문
4. 테라야마 슈지,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이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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