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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자회사가 된 민트로켓 사에서 발매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국내외 호평에 힘입어 국산 게임 최초로 메타크리틱 90점 Must play를 획득하는 성취를 거뒀다. 비록 나는 세간의 평가라는 것이 영미권을 기준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여기에 다소 불만을 품고 있지만, 어찌됐든 좋은 게임이라고 인정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년부터 게임 발매 과정을 계속 지켜 보고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 플레이를 한 건 군대 문제가 하나, 힙스터병이 발발해서 '쓰읍 그정둔가' 하고 생각한 게 하나다. 당시 유튜버들의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며 인디 게임 같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플레이하고 난 이후에는 살짝 생각이 바뀌었다. 인디 게임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긴 있으나 이 공들인 완성도는 분명 자본의 향기다. 게임을 모두 플레이한 지금 돌이켜보자면 2G 피쳐폰 시절 네이트에서 다운 받아 플레이했던 게임들을 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게임 회사들이 주로 도트 그래픽을 사용해서 공들인 게임. 개중에는 '원조낚시광3' 같은 낚시 게임부터 '영웅서기5' 같은 컷씬 있는 스토리형 RPG 게임들도 있었다. 다른 플랫폼에서 찾아본다면 '스타듀 밸리', '마인크래프트', '타이니팜' 같이 농사 짓는 게임들도 있겠다. 동물과 복셀(Boxel)을 주무기로 삼은 '길건너 친구들'도 생각 난다. 말하고 보니 피쳐폰보다는 다른 디바이스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나머지는 대개 인디이거나 소규모 개발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모두 게임의 본질에 파고든 것들이지만 이렇게 큰 기업이 이만큼 본격적으로 파고든 패키지 게임은 오랜만인 것 같다. (아무래도 'P의 거짓'을 만든 네오위즈나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한 시프트업은 상대적으로 도전자의 입장이니.)
우선은 낚시다. 정확히는 작살을 사용하고 추후에 총기를 사용한다. 일부 보스전에서는 슈팅 게임 - 때로는 탄막 슈팅 - 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낚시를 한다고 하면 대개 낚싯대를 사용해 당기는 구성이지만, 본작은 독특하게도 바닷속에 잠수해 작살을 사용해서 기존 낚시게임과 동일하게 손맛을 구현하고 있다. 단점은 잠수와 사냥을 동시에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손이 피곤해지기 쉽다는 것인데, 금세 총기를 이용한 슈팅으로 살짝 비틀어 이를 해결해낸다. 기본 키설정으로 좌측 ctrl, shift, tab 키를 사용하는 것도 독특하다. 바닷속을 빠르게 헤엄치기 위해서 컨트롤과 쉬프트를 애용하도록 유도하고 키들이 몰려 있어 조작도 편리하다.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다보면 왼손 새끼손가락이 다소 아프긴 한데 키 설정을 바꾸면 그만이다.
낚시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감 시스템이다. 얼마나 다양하고 크고 레어한 물고기를 낚았는지가 수집욕을 자극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도 도감 시스템을 이용해 이러한 장르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이하게도 포켓몬스터와 지우(사토시)를 패러디했는데 이 점은 낚시 게임보다 포켓몬에 더 익숙한 요즘 세대를 겨냥한 듯싶다. (그리고 대화 끝날 때 츄츄-가 중독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보스 몬스터들의 크기가 999로 설정돼 있는 등 물고기의 크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부분이다. 대신 물고기 종류도 많고 같은 물고기라도 어떻게 수집했냐에 따라 등급과 수확량을 달라지게 해 보다 매니악하지 않게 접근한다.
다음은 밤마다 열리는 일식당이다. 낮에 획득한 물고기들로 요리를 만들어 판매해 돈을 번다. 낚시와 식당은 서로를 보완하는 형태다. 낚시에서는 물고기를 얻고 식당에서 돈을 번다. 식당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고 좋은 물고기를 잡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식당에서 돈을 벌어 좋은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아니 갖추고 싶어진다. 이러한 밸런스 덕분에 게임 후반부에 이르러도 낚시를 소홀히 하지도 - 아 잠수 시간이 매번 1시간을 넘긴 이후로는 조금 줄이긴 했다 - 식당 일을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매번 바다(블루홀)의 지형이 바뀌는 시스템 덕에 아름다운 바다 탐험도 지루하지 않다. 맵 자체가 굉장히 넓고 여러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들과 그렇지 않은 배경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시간대를 살짝 비튼 부분도 좋은데, 가령 성게는 처음부터 잡을 수 있을 것처럼 해놓고 막상 집어들면 피해를 준다. 새우 같은 작은 생물들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사냥하지 못한다. 이런 시스템이 '잡고 싶다'는 동력을 잃어버리지 않게 만든다. 물론 블루홀의 지형은 완전 랜덤하지 않고 그것도 심해로 내려가면 사실상 고정되긴 한다. 그때는 특정 생물체의 등장을 랜덤하게 한다던가, 아니면 아이템 강화에 필요한 재료를 랜덤하게 드랍하는 식으로 게임은 해결하고 있다.
여기에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양식, 농장 시스템으로 편의성을 더했다. 게임 후반이 되도 캐릭터나 물고기가 특별히 엄청나게 강해진다던가 체력이 엄청 많아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파워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심해 갔다 올라오면서 환도 상어한테 맞아죽고 키보드를 내려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데미지도 강해지고 하긴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처럼 마법사들이 텔 쓰고 이동하면서 가는 길에 매직 클로 갈기면 몬스터들이 죄다 죽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포획하는 것도 제한 횟수가 있고 무게 제한이 최대여도 금방 넘겨버려 느릿느릿 헤엄쳐 다니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 재료 수급에 안정성을 가져다 주는 게 양식과 농장이다. 한 번 잡은 물고기는 하룻밤을 기다리면 복사가 되고 요리에 필요한 부재료들은 농장(+파견)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즉, 특별히 바다에서 구해오지 않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까지 하면 굉장히 캐주얼한 게임으로 끝나겠지만, 이 게임은 스토리와 엔딩이 있다. 필수 퀘스트들을 진행하는 동안 스토리가 자동적으로 진행되고 난이도가 특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쉽게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각종 연출과 미니 게임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기능으로써 작동할 뿐더러 완성도가 아주 높아 그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준다. 코믹한 연출이 주를 이루는데, 코미디를 잘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동시에 PC적이면서도 전 세계의 플레이어를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임의 본질에 다가서면 언어에 관계 없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게임의 본질을 가득 움켜쥐고 있는 작품임에 틀림 없다.
★★★★
플레이타임: 38시간
트로피: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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