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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3 리로드’의 DLC인 ‘에피소드 아이기스’는 2007년작 ‘페르소나 3 FES’의 후일담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본편 엔딩을 보고 나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본편의 페르소나 전서를 이어 받아 플레이할 수 있다. 25 레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페르소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 레벨을 올려야 하고, DLC의 모든 문제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스토리 진행으로 레벨이 상승한다거나, 특수 이벤트나 아이템으로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페르소나를 소환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역시 전투밖에 없기 때문에 상당한 노가다를 요구하고, 실제로 엔딩을 보기 위해 거쳐가는 던전의 크기 역시 본편 타르타로스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턴제 전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학을 떼게 만들 정도로 던전과 던전의 반복 뿐이다. 그나마 본편 플레이 당시 4~50 레벨 구간에 사악한 프로스트와 다키니를 상당히 육성해놓아서 50레벨대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스토리가 빈약한 것도 한몫한다. 후일담이기에 많은 내용이 있을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어떤 내용인지를 사실상 전부 설명해버리는 스토리 라인은 이후 무엇이 다가올지를 너무 예측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실제로 거기에서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나마 예전 기억들에 등장하는 SEES 멤버들의 어린 시절 모습, 특히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인 사나다와 미츠루의 어린 모습들이 단계 별로 등장하는 구간은 후일담 특유의 재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스토리 상에서는 엔딩 무렵 유카리가 절규하는 부분만이 유의미한 내용이었고 나머지 부분들은 상당히 선형적으로 후일담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플레이어는 아이기스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대부분 본편과 같아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나, 던전 내에서 적을 공격할 때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총을 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적이 알아채는 데 큰 차이는 없고 황금손을 선제 공격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단점은 자동 조준 알고리즘이 뛰어나지 않아서 바로 앞에서 에임을 못 잡아 섀도우 어드밴티지로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거나, 박명의 파편을 얻기 위해 사격했는데 에임이 안 맞아서 주변에 있던 섀도우에게 습격당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가 섀도우에게 닿으면 전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의 공격에 맞으면 전투를 시작하는 방식이라서 대시 -> 사격 실패 -> 착지하면서 사격 버튼 연타하면 일반 전투로 시작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프로그래밍 레벨의 완성도 부족이 느껴진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메티스가 신규 등장하며, 아라가키 신지로가 썼던 도끼 타입 무기와 별도의 방어구를 장착한다. 아이기스의 동생이라는 컨셉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투정부리는 게 기본이다 보니 본편에 이어 사람도 아닌 것에서까지 이러는 꼴을 봐야하나 싶었다. 

 

본편처럼 무기 구매와 조합도 가능하지만, 모나드의 문 보상으로 지급하는 아이템의 성능이 상당히 좋아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매번 3연 모나드 보스전을 치루는 과정이 플레이를 보다 지루하게 만들었다. 준보스전이 끝나도 박명의 파편을 사용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링크 에피소드와 비슷하게 짧은 스토리와 추가 능력을 얻게 해 주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박명의 파편 수급처가 넉넉하지 않아서 던전 내 상자를 열다 보면 정작 준보스전 이후 부족해서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고, 3개나 써서 무기를 얻어도 모나드 전투 보상이 더 좋았다는 점이다. 그러니 박명의 파편 사용을 아껴서 캐릭터들 능력 개방에만 집중하게 되고 시계를 사용할 일이 줄어들며 특정 동료들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데리고 다니게 된다는 점도 아쉽다.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아쉬운 컨텐츠다. 신규 내용 분량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캐릭터나 스토리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지루한 전투로 가득 차 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추가적인 내용이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겠으나, 그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HARD 모드로 저장하지 않은 채 진행하다가 자동 조준 알고리즘 미스로 선제 공격을 맞고 두 번 죽었는데 죽을 때마다 패드를 던지고 내일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트로피를 모두 획득할 수 있는데 왜 10% 내외의 낮은 달성도를 보여주는 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유카리가 옳았다. 주인공이 없는 세상은 너무나 지루하다.

 

★★☆

 

플레이타임: 30시간

트로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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