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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SUMIN(수민), Slom(슬롬) - MINISERIES 2, 사람 가득한 리미널 스페이스, 대도시의 외로움
droplet92 2024. 11. 13. 13:07
SUMIN과 Slom의 2021년 단편 사랑이야기 후속작 <MINISERIES 2>에서는 연인과의 이별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주제로 삼는다.
트랙 리스트와 악곡의 구성적 측면에서 본작은 탄탄한 기본기와 확실한 포인트를 가진다. 공간감 있는 독백, 렘수면과 논렘수면 상태를 왕복하며 지나온 시간을 더듬는 듯한 코드 진행이 인상적인 보통의 이별, 그 부유감을 이어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발을 딛는 신스 펑크(Synth Funk) 왜, 왜, 왜로의 흐름, 벌스의 팝적인 4박자 구성과 코러스의 알앤비스러운 변주가 긴장과 해결을 반복하며 흥을 돋구는 째깍째깍까지. 앨범 전반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간 것처럼 흐릿하게 시작해서 점차 또렷해진다.
후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진짜 안녕은 템포를 다운시키며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이별을 결심한 이후 텅 빈 밤에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반복하며 이별해야 하는 이유를 전부 찾아내고야 만다. 앞선 왜, 왜, 왜와 대칭을 이루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마지막화 신호등이 본작을 특별하게 만든다. 앨범 전반에 짙게 깔린 쓸쓸한 분위기와 칠 바이브를 시부야케이와 리미널 스페이스의 시청각적 조화로 탄생시키며 유행의 다음 방향을 제시한다. 헌팅캡을 쓰고, 샛노란 티셔츠를 입고 그늘진 얼굴로 정면에 있는 우리를 응시하는 커버 아트의 후경에는 이상할 정도로 푸른 잔디밭과 나무만이 놓여 있다. 이 시각적 이미지의 배경을 윤택한 도시 풍경으로 옮기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개인화된 사회가 주는 외로움을 그려낸다. 26분 넘는 플레이타임에 걸쳐 토와 테이(TOWA TEI)의 TECHNOVA나 TIME AFTER TIME 같은 곡부터 키린지(KIRINJI), 롤러코스터처럼 전자 음악 색을 덜어낸 음악가들을 거친 종착역에서는 Liquid Drum and Bass와 결합해 버리는 선택. 씁쓸한 뒷맛과 커피 향기가 시간이 지나도 가시질 않는다.
★★★★☆(취향저격)
추천 트랙: '왜, 왜, 왜', 째깍째깍, 텅 빈 밤,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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