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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은 아이브의 2번째 EP다.
아이브에게 이번 작업물은 굉장히 중요했다. 치열한 4세대 걸그룹 경쟁을 제쳐두고서도 그룹의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했기 때문이다. After LIKE와 I AM 류의 ‘뽕끼’ 있는 트랙들, 그룹을 최정상에 올려놓았던 LOVE DIVE 스타일의 다크한 트랙들, 유행을 따르는 Either Way나 Off The Record 같은 이지리스닝 트랙들 사이에서 말이다. 하나의 장르나 방식만을 고수해야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해외 성적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국내 성적을 잡을지, 어렵지만 실험적이고 세련된 팝을 밀고 나갈지, 유행하는 핏으로 멋부리되 1.5인자로 물러날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아이브가 내놓은 답은 도전자의 길이다.
아이브는 뒤집는다. 타이틀곡 해야 (HEYA)는 I AM의 계보를 변주한다. Baddie 스타일의 비트 위로 떨림 가득한 탑 라인을 얹었다. 동양풍 이미지를 덧씌워 기존 타겟층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려한 모습이다. 비트는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색으로 뽑아낸 Blue Heart와 WOW도 그렇다. 그래서 트랙 전체에 일관성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뒤엎기는 절반의 성공이다. 타이들 2곡이 나머지 수록곡들을 못 쫓아간다. 과'감히' 랩 파트를 없애지 못해서 생긴 패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영적 사고’를 거치면 어쨌든 ‘럭키 비키’ 성공이다.
아이브는 자신 있다. 장원영이 작곡한 Blue Heart의 ‘들통날 걸 red line / 못 피할 걸 red line’가 내놓는 스웨그, RESET의 ‘안녕 / ㅋㅋㅋㅋ ㅋㅋㅋㅋ / 너를 전부 지우니 / 마음이 좀 넓어지네’ 처럼 SNS 문법을 사용해 관계를 끊어버리는 노랫말이 그렇다. 이 가사들은 ‘감히’로 대표되는 아이브 정체성의 새 문법으로 자리잡으며 Either Way의 아쉬움을 극복한다. 매번 좋은 가사를 써 내려 왔던 서정아 서지음 자매와 장원영의 힘이 컸다.
그래서 아이브는 아이브가 된다. 신디사이저 중심의 다크한 팝 음악으로 중심 잡힌 사운드, ‘주체적인 자신감과 당당함’이라는 정체성을 복각(復刻)시키는 가사로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끊임없는 경쟁 속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스위치를 선언한 이들은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립의 체크메이트를 만들어냈다.
★★★ (괜찮아요)
추천 트랙: Blue Heart, Ice Queen, RE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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