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일 면접이라 바빠 죽겠는데 영상 보고 적습니다. 글의 주제는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비판'입니다. 글의 골자는 '일부 수긍하는 부분이 있으나 전반적인 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 입니다. 글 논조 상 비판적인 내용 위주로 작성한 점 참고 바랍니다. 추가로 아일릿 좋아합니다. (최애는 원희.) 이전 게시글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빠르게 가겠습니다.
---
1. 빌리프랩 대표 김태호 씨가 "아일릿의 제작자라고 하면 저를 이야기하는 게 되겠죠." 라고 했는데 반만 동의합니다. 아일릿은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것처럼 수많은 분들의 제작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추가적으로 금전적 지원도 있겠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더라도 본인은 팀을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 "아티스트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언급을 최소화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했는데 동의합니다. 민희진 대표도 기자회견 전까지는 하이브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기자회견에서 여러 아이돌 그룹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임팩트도 컸습니다. 실제로 이후 많은 그룹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와 빌리프랩에서 다시 한 번 타 그룹들을 언급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영상 처음에 '불가피하게 타 아티스트 영상이 사용된 점 아티스트, 동료 크리에이터, 팬 여러분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지만, 이 영상의 목적 역시 임팩트를 주기 위함에도 있기 때문에 더욱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블랙핑크 크리에이터 분께서는 '전혀다름.'이라고 반대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효과적으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사 디렉터들을 직접 인터뷰한 것과 같이 뜻이 일치하는 분들을 인터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그 이례적인 일이 어떤 한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허황된 주장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저는 정말 용서하기 쉽지 않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과에서 "아일릿의 데뷔를 전후해 대중 사이에서 콘셉트, 안무, 의상 등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민 대표로서는 어도어의 핵심 자산인 뉴진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도 공적으로는 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태도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이번 영상과는 결이 맞지 않아 보입니다.
4. "특정한 콘셉트에서 성공한 선배 뒤에 데뷔하는 팀들이 가져야 하는 저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맞다고 생각하지만 창작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고, 오히려 시류를 따라가지 않으면 유행에 뒤쳐진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변명할 수밖에 없고, 최대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 영상 전까지, 아니면 팀원 중 한 분이신 허세련 님께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기 전까지, 비슷하다는 비판을 그대로 받아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5.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오히려 전혀 그런 바가 없거든요." 안타깝게도 창작 과정과 다르게 결과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억울하다면 기획 자료 공개에 보다 집중해서 해명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6. "아마 백 수십억의 제작비를 가지고 미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짭'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쓰는 투자자는 정말 제정신은 아닐 것 같거든요." 이 세상엔 그런 사람 많습니다. 한국에 무수히 넘쳐나는 K-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잘라파고스, 한국의 갈라파고스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고립어 쓴다고 언어만 갈아끼우는 서비스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7. "답변이 없었다고 하는데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하셨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라고 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읽은 바, 하이브는 4월 22일 오전 10시에 감사차 민희진 대표를 방문했고 A4 6장 분량 답변서는 4월 22일 오전 10시에 10시 1분에 발송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 대표가 발송 당일 오후 12시 경에 읽었다고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도 '0416 메일 3차 회신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 안에 '보다 구체적인 유사성을 말씀해주셔야 해당되는 내용에 대해서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민희진 대표의 "답변이 안 왔다"는 말의 사실관계와는 어긋나 보입니다. 그러나 타임라인을 봤을 때도 상당히 촉박해 보이고, 기자회견에서의 태도를 볼 때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8.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비슷하지 않다'는 반박 또한 그에 상응할 정도로 많다."고 했는데 비슷하지 않다는 반박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그에 상응할 정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Y2K 유행이라서 그런 게 아니냐'는 식의 여론이었으면 몰라도요. 사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꺼내고 싶은데, 여기서 꺼낼 말도 아닌 것 같아 적당히만 적자면 SUPER (REAL) ME 발매 당시 제 주위에 10명의 사람이 '뉴진스랑 너무 똑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좋다고 한 사람 역시 '뉴진스랑 비슷해서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후자의 의견과 일치했습니다.
9. "'NOT' 뉴진스라고 한 번 등장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했다는 데서 좋았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뉴진스가 대세 걸그룹인데 기획안에서 뉴진스를 단 한 번만 언급했다는 게 창작하는 입장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의심이 간다는 게 아니라, 지금 1짱 걸그룹을 더 의식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허구한 날 슬더스 켭니다.
10. "'생머리가 내거다' 라는 식의 이런 주장은 정말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될지 정말 난감합니다"라고 했는데 이후 삽입한 민희진 인터뷰 영상에서 "아일릿이 이걸 제가 왜 문제 제기 했냐면 표절이 모두가 다 생머리 할 수 있죠"로 반박됩니다.
11. "포뮬러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우리 모두는 굉장히 편하게 작업을 하고 있을 거 같아요"라고 했는데 존재하지 않나요? 아이돌 데뷔하면 티저 영상 뿌리고, 뮤비 선공개 하고, 일본 데뷔하고, 해외 투어 돌고 이런 게 다 공식 아닌가요?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아이돌들, 각 세대마다 작업물의 색깔이 비슷하지 않나요? 비틀즈의 포뮬러를 따라해서 나온 게 롤링 스톤스 아닌가요? 방탄소년단 성공 이후로 원인 분석해서 막 다 따라하지 않았나요? 남자 아이돌들 곡 작업 시키고 스토리 만들고 팬과 소통 열심히 하고 등등. 그러면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포뮬러 따라하는 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 너도 그랬지 않냐'고. 이후에도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2. "슈퍼와 리얼 버전을 같이 봐야 아일릿이 이 데뷔 앨범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한 가지 콘셉트의 일부 사진이 유사하다 그 사실만으로 전체 콘셉트가 부정되는 듯한 느낌이 많이 안타까웠어요." 맞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전체를 다 지켜봐 온 팬이라면 알 수 있을 텐데 일부만을 가져가서 전부가 곡해되는 게 슬프다. 그쵸.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 이상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게 실제 민희진 측에서 가져 온 사진 하나 하나 놓고 이야기를 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의혹 제기받지 않은 다른 작업물들 가져오거나, 타 그룹도 비슷한 사진 얼마든지 있다면서 영상에 이펙트 넣지 말았으면 객관적인 비교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13. 퍼포먼스 디렉터 분께서 "저는 이 부분을 표절이라고 언급하는 거 자체가 무리라고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일단 중앙일보 기사에서 '아일릿은 안무에도 영웅 스텝(르세라핌 '이지'), 머리카락 쓸어넘기기(뉴진스 '어텐션'), 골반에서 손 돌리기(뉴진스 '디토') 등 하이브 선배 그룹의 히트 동작을 적용하며 트렌드를 이어갔다.'고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포인트 안무가 개성적인 건 맞습니다. 지적받은 안무들이 기본적인 동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두 곡에 3개 이상의 동일한 혹은 유사한 동작을 집어넣었다면(My World에 하나, Magnetic에 둘) 아무리 못해도 오마주의 의도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일릿이 채용한 것으로 보이는 동작들이 아일릿의 안무 속에서는 키 포인트가 아니지만 어텐션 안무는 포인트 안무입니다. 법원에서 표절 판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 있지만, 언급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장에 불명확한 게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괜히 다른 안무가들이 '개빡'쳤겠습니까.
14. 뉴진스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Jeans, 스피드를 비롯한 비교 자료를 하나씩 준비했는데 앞서 아일릿에 대한 의혹을 반박할 때와는 다르게 일대일로 대응시켜서 자료를 가져왔더라구요. 그 다음에 "저는 민희진씨가 진스나 스피드를 따라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사 참조했다고 해서 민희진 씨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거기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로 이게 앞서 말했던 좌표 찍기와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둘째로 저 역시 레퍼런스를 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제시한 그룹들과 뉴진스와의 컨텍스트, 그리고 뉴진스와 아일릿 간의 컨텍스트가 다릅니다. 민희진 대표가 톤 앤 매너를 이야기한 것도 여기 있겠죠. 비슷한 이미지일지언정 핵심도 다르고 디테일도 다릅니다. 시간대도 떨어져 있어요.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오히려 과거의 선배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아일릿과 뉴진스는 시간대도 딱 붙어 있고 같이 큰 지붕 아래에 있죠. 뉴진스와 아일릿의 핵심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뉴진스의 핵심은 웰메이드 노스탤지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고, 아일릿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일단 노스탤지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환상 속 소녀가 아닌 미완성인 오늘을 사랑하는 소녀'라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확인한 노래와 뮤직비디오, 활동, 앨범 구성물로는 잘 와닿진 않습니다. (그거랑 별개로 노래는 좋아... 민주 도입부 미친 거 아님? 내 심장이 럽덥~)
15. '다들 포뮬러 따라하는 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 너도 그랬지 않냐'는 식의 주장이 반복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게 다가옵니다. 이번 영상을 통해서 창작자의 철학을 봤었으면 좋았을 텐데 글쎄요,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말고 이 사람이 없었다면 죽을 때까지 생각도 못했을 것 같은 그런 걸 보고 싶죠.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소수고, 그래서 더 열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슬더스 열심히 베끼는 중인데요. 그렇지만 적어도 태도만큼은, 마음만큼은 이런 식으로 물타기하고 책임돌리기 하고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 베꼈다가 베꼈다고 한 소리 들으면 눈물 줄줄 흘리면서 그날 이후로 게임 개발을 접었으면 접었지, 거기다 대고 포켓몬이 다 새롭냐느니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도 비슷하다면서 GTA 스카이림 가져오고 안 그럴 거거든요.
16.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볼 때 답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 디테일을 빼고 본다면 정식 데뷔 이후 유사하다는 대중과 평론가의 말이 나왔으며, 뉴진스 팀 내부와 부모님들로부터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회사 내부 채널을 통해 해당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유사하다고 하는데 창작자가 아니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유사성은 인정하나 표절은 아니다라는 의견이라면 몰라도, 우리는 표절 안 했고 그런 식이면 너네도 똑같은 놈들 아니냐는 투의 대응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억울할 수 있죠. 내부 문서에 뉴진스가 'NOT 뉴진스'라고 딱 한 번 등장한다는 데요. 저도 표절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대중은 창작의 고통을 오냐오냐 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17. 아무리 말을 붙여도 큰 줄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레벨에서 최적화를 백날 해 봤자 알고리즘 개선하는 게 더 좋습니다.
---
일관되게 쓴다고 한 거에 비해 중간중간 왔다리갔다리 하긴 했습니다. 이게 참 좋아하는 데 하루종일 뭐라고만 하기도 힘드네요. 그래도 제 글은 항상 이랬으니깐 괜찮겠죠? 블로근데요 뭐. 하던 공부나 마저 하러 가겠습니다.
* 이 글은 ILLIT의 SUPER (REAL) ME를 반복재생하며 작성했습니다.
'음악 >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글 리뷰] tripleS Glow(트리플에스 글로우) - 내적 댄스, 오밀조밀한 드럼과 신스에 내 마음은 둠칫둠칫 (1) | 2024.06.30 |
---|---|
[싱글 리뷰] NewJeans(뉴진스) - Supernatural, 아련한 베이퍼웨이브의 향수 (0) | 2024.06.21 |
하이브의 '뉴아르'를 둘러싼 표절 논란에 대한 생각 (4) | 2024.05.27 |
[싱글 리뷰] NewJeans(뉴진스) - How Sweet, You're my favorite flavor (0) | 2024.05.24 |
[앨범 리뷰] Daoko - Slash-&-Burn, 感想残しましたよー (0) | 2024.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