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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은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이자 세 번째 더블 싱글이다.
타이틀곡 Supernatural은 250, gigi, ylva dimberg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Hype Boy와 Ditto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조합은 이제 '믿고 듣는'다는 수식어를 넘어서 하나의 아이덴티티이자 거대한 존재가 된 듯하다. 퍼렐 윌리엄스와 마나미의 원곡 Back of My Mind의 멜로디 라인 일부와 퍼렐의 추임새를 샘플링한 것도 특징이다. 수록곡 Right Now는 리퀴드 드럼 앤 베이스 장르로 FRNK와 2019년 앨범 High Highs to Low Lows로 유명세를 얻은 컨템포러리 알앤비 가수 롤로 주아이가 협업했다. 음악 외적으로는 카이카이 키키나 칸예 웨스트의 Stronger 협업으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타카시, 일본 스트릿 패션 거물 후지와라 히로시와도 힘을 합쳤다. 지난 EP Get Up 때부터 이어져 오는 파워퍼프걸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무라카미의 스타일과 섞여 한 층 더 새로운 맛을 낸다.
한껏 공들인 Supernatural의 완성도가 훌륭하다. 애드립과 메인 멜로디, 비트가 각각의 레이어가 확실히 구분된 상태에서 서로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카이카이 빙키'의 무지개색 꽃잎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뉴진스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트렌디하고 노스탤직하다. 세련된 드럼과 Right Now와 같이 매끈한 보컬 질감이 유행하는 리퀴드 드럼 앤 베이스의 그것과 닮아 있고 Ditto를 연상시키는 패드 사운드와 뿅뿅거리는 이펙트를 포함한 뉴잭스윙 비트로 90년대 부근을 떠올리게 하는 일도 챙겼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기존의 Y2K 에스테틱을 넘어 노스탤지어코어, 베이퍼웨이브의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어와 한국어, 보랏빛 풍경, 그리고 유니콘을 타고 있는 해린 등 이 기계태엽들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 걸쳐있는 이번 활동의 특성과 맞물려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시킨다.
반면 빠른 BPM의 드럼 앤 베이스 사운드와 부드러운 보컬이 녹아든 Right Now도 물 오른 폼을 과시한다. Supershy에서 핑크팬서리스에 대한 레퍼런스가 과하다, 그에 비해 특별할 게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탑 라인의 알앤비 보컬은 더욱 알앤비에 가까워졌다. 전작이 팔세토로 산들바람을 만들어냈다면, 이번 곡은 톤이 진해서 랩 파트와도 잘 융화되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루프로 자연스러움과 중독성을 챙긴 것도 핵심적인 변화다. 무라카미 타카시와 협업으로 변형시킨 파워퍼프걸 디자인 캐릭터들도 그렇다. 미국의 카툰 그림체를 무라카미 특유의 과장된 재패니메이션 스타일로 마감했는데, 민희진과 그의 작품 성향을 고려해 본다면 아이돌 문화에 대한 비판 코드도 살짝 읽히고, 또 탐미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형형색색의 컬러 사용에서 사이키델릭한 텍스트가 피어나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드럼 앤 베이스가 레이브 신에서 발전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재미있는 부분이다.
일본어 가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Right Now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일본어가 자연스레 섞였으면서 곡의 퀄리티가 좋다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많이 나왔다. 기존 K-Pop 아이돌이 일본 콘서트와 굿즈 판매를 위해 일본 데뷔를 결정할 때는 기존 인기 타이틀을 번역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퀄리티 또한 한국 활동 곡에 비해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작년 뉴진스가 서머소닉 무대에 올라섰을 때 개인적으로 '이제 일본 진출의 방식이 해외 팝 가수처럼 바뀌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해의 예측은 반만 맞았다. 일본 데뷔를 선택하고 한국어를 일본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집어넣은 가사는 분명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가 아니라 노래로 다가가겠다는 이번 선언에서 여느 일본 데뷔보다 진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Supernatural에 일본어 작사가가 따로 없다는 사실에서 비추어봤을 때 아마 일본어 파트는 모두 민지가 담당했을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Ditto와 OMG로 일본에서 받은 많은 사랑을 갚아주려는 듯 꽤나 신경 쓴 모습이다. 250의 뽕을 찾아서 마지막 부분에 흘러나왔던 비트가 America 수록곡이 아닌 Supernatural로 만들어진 만큼 미국적이기 때문에,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를 열렬히 환영했던 그 시절 일본 리스너들에게 더욱 반갑지 않을까.
황금기의 향수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두 트랙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느낀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옛 모습에 돌아갈 수 없어 슬퍼하기 보단 돌이켜 볼 수 있기에 아련함에 젖는다.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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