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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뉴아르'라는 표현은 4세대 걸그룹 중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아이브 대신 아일릿을 넣어 뉴진스, 아일릿, 르세라핌 세 그룹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뉴아르를 둘러싸고 있는 표절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하이브-어도어 사태의 메인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습니다.
팬심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작성합니다. 팬심이 있다고 해도 뉴진스, 아일릿, 르세라핌 모두에 호감이 있기 때문에 특정 그룹 편을 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한 하이브냐 어도어냐(민희진이냐)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1. 음악의 표절에 대해
음악에서 표절을 가리는 일은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8마디(큰 악절)의 일치 여부를 가지고 표절을 다뤘는데 최근에는 보다 적은 마디가 겹치더라도 여러 가지 특성이 얼마나 일치하는 지를 바라본다고 합니다. 또한 저작권법은 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법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작년 아이유 고발 사건에서도 고소가 아닌 고발로 처리하며 제3자로서 자격이 있다 주장했지만 각하당했습니다. 실질적으로 2020년대 들어서 표절 논란이 일어난 건 유희열과 이무진 정도만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둘도 사카모토 류이치와 세카이노오와리로부터 고소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습니다.
2. 창의성에 대해
창의력을 흔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도 이미 20세기부터 나왔던 기술이고 아이디어는 훨씬 전부터 있었습니다. 기존 선택지 외에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하면 창의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얼마나 새롭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그것들을 조합해내는 훈련을 반복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죠.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고도 말했습니다.
3. '유사성 논란'이라는 표현에 대해
유사성이 어떻게 논란이 됩니까. 유사한 게 잘못이 아니죠. 유사성이 논란이라면 삼다수와 아이시스는 같은 생수 브랜드인데 비슷하다고 표절이 될 수 있을까요? 표절이라면 논란이 될 수 있죠. 표절은 문제가 있는 행위이고 표절을 했다면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사성 논란은 흔히 말하는 '렉카 계정'들이 타겟을 공격함과 동시에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법은 우리의 생각보다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이런 방식으로 악의적 공격을 계속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3. '뉴아르'의 표절 논란에 대해
3.1. 뉴진스
3.1.1. Bubble Gum 표절 논란
뉴진스의 곡들이 최근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Bubble Gum에 대한 언급이 많아 확인했습니다. 비교 대상인 곡은 Shakatak의 Easier Said Than Done입니다. 해당 곡은 8마디가 반복되는 재즈 장르로 보컬, 키보드, 기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NewJeans의 Bubble Gum 코러스 8마디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은 보컬과 코러스(더블링), 드럼 머신, 기타, 그리고 신스 패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Bubble Gum이 레이어가 많아 훨씬 풍성하고 키가 더 높으며 가성까지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릅니다. 펑키한 기타 리프를 사용하긴 하지만 두 곡의 연주가 다르기 때문에 장르적으로 유사할 수는 있어도 기타를 샘플링한 곡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멜로디 라인도 맺는 부분이 다르고 화성 역시 진행 특히 해결하는 방법이 서로 다릅니다. 둘 다 4/4박자 곡이고 bpm도 유사하나 Easier Said Than Done은 가사 3줄씩 같은 진행이 반복된다면 Bubble Gum은 4마디, 78마디가 조금씩 하강하는 형태입니다. (제가 음감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 직접 듣고 AI도 돌려보고 레딧 댓글도 확인하면서 판단한 거라 틀릴 수 있긴 합니다.) 추가적으로 해당 마디 외에서는 Shakatak의 노래의 경우 재즈 피아노가 강조된다면 뉴진스의 노래는 플룻이 강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듣기에 비슷한 지점이 있더라도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2024.07.18.
Shakatak 측에서 표절 주장을 했다는 뉴스를 확인해서 붙입니다. 내용 보니까 제가 했던 말들이랑 같은데, 같은 점이 있고 유사점도 많으니 표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도 나오겠지만, 저는 표절에 대해서 최대한 유연하게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같은 근거를 들어 충분히 표절이라고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내용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1.2. 멕시코 걸그룹 Jeans 표절 논란
3.1.2.1. 그룹 명이 비슷하다
> 참고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1.2.2. 하니의 의상이 비슷하다
> 반다나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한 걸 새삼스레... 오바입니다. 저는 오히려 2002 월드컵 생각났습니다.
3.1.2.3. 다니의 헤어스타일이 비슷하다
> 뿌까머리한 아이돌 한 트럭입니다. 괜히 뿌까머리가 아닙니다. 차라리 뿌까를 들고 오세요.
3.1.2.4. 로고 변형 다양하게 한 것도 비슷하다
> 이것도 아이돌 한 트럭입니다. aespa만 봐도 활동할 때마다 로고 엄청 많습니다. Y2K, 다꾸 이런 쪽에 더 가깝습니다.
3.1.2.5. 로고 폰트가 비슷하다
> 로고가 여러 개라며... 비슷한 폰트도 너무 많습니다
3.1.2.6. Jeans의 1집 CD 프린팅과 New Jeans 1집 블루북 디자인이 비슷하다
> 레퍼런스라면 레퍼런스일 수 있는데 전자는 CD 표면 이미지에 명암을 주기 위해서 사용한 효과고, 후자는 팝 아트의 벤데이 닷 기법을 사용해서 전체적인 그림체를 달리 한 거지 명암을 표시하는 데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전자도 명암에 닷 처리를 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화질구지여서 이건 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3.1.2.7. 멕시코가 스페인어 쓰는데 1집 뮤비를 스페인에서 찍었다
> 이건 좀... 이렇게 따지자면 반박을 너무 많이 할 수 있죠.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대부분 사용하지만 총 68개의 언어를 사용한다고도 하고,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만 해도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 미국도 스페인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죠. 그리고 스페인어를 영어로 바꿔보면 여기에 해당할 그룹 너무 많죠.
3.1.2.8. 캠코더 들고 뮤비를 찍는다
> 참고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때는 캠코더가 일상 속에서 찾아보기 쉬운 편이었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겠네요.
3.1.2.9. 어텐션에서 생머리 날리는 안무가 비슷하다
> Jeans 안무 캡쳐본의 경우에는 3단계로 일어나서 양손을 드는 형태고, 어텐션은 한 번에 일어나면서 웨이브를 하는 형태입니다. 디테일이 아예 달라요.
3.1.2.10. OMG에 어깨동무하고 기차놀이하는 안무가 비슷하다
> 이건 뮤직비디오를 봐야 알겠습니다. 캡쳐본이 어깨만 잡는 것 같기도 해서요. 그리고 애초에 기차 놀이에서 따온 안무기 때문에 진스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3.1.2.11. 멕시코 언론에서 이미 제기했다
> 우선 해당 글은 멕시코 일간지에서 작성한 연예면 기사로, SNS에서 진스와 뉴진스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Y2K 미학을 따르는 뉴진스가 청바지를 레퍼런스했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맺고 있습니다. 논조가 최대한 중립적으로 작성되었고 SNS 가십을 가져 온 글이며 이 기사 외에 다른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기 때문에 '멕시코 언론도 지적했다'는 과대해석이라고 보입니다.
3.1.2.13. Jeans의 데뷔 1집이 Jeans인데 NewJeans 데뷔 1집도 New Jeans다
> 데뷔 앨범이 셀프타이틀인 건 너무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또 Jeans는 정규 1집인데 NewJeans는 아직 정규 앨범이 안 나왔죠.
3.1.2.12. 민희진이 먼저 '우연이 쌓이고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고 하지 않았냐
> 저도 종합적으로 봤을 땐 레퍼런스 삼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내용들 중 대부분은 이 건과 관련 없어 보입니다. 표절했냐고 하면 아니라고 할 겁니다. 핵심이 다릅니다.
3.1.3. 영화 표절 논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컨셉 포토가 다수의 영화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3가지 이상의 영화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제시하는 이미지들 중 일부는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마 레퍼런스로 잡은 게 아닌가 합니다. 구도나 연출 측면에서 비슷하고 스토리라던가 컬러 사용, 주제 이런 부분들은 또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어렵지 않나 합니다.
3.2. 아일릿의 컨셉트
3.2.1. 아일릿-뉴진스 간 비교
안무 카피는 맞습니다. 기사에서 오마주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 동작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노래는 카피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장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가사도 특별히 겹치는 부분 없습니다. 톤앤매너가 유사하다고 하는데 그렇긴 합니다. 종합적으로 빌리프랩과 어도어는 같은 하이브 소속 자회사이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회사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실제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안무 이외의 부분에서 표절을 제기하긴 어렵고 안무 또한 법적인 보호가 미비한 상황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어떤 도의적 차원에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가 지금보다 잘 작동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만 할 수 있어 보입니다.
3.2.2. 쇼핑몰 광고 이미지 표절 논란
제기된 쇼핑몰 이미지의 경우 한 갈래로 땋은 머리, 긴팔 흰 목폴라 티, 벨트, 검정색 스커트, 횡단보도를 건너며 서로 웃고 있는 상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일릿은 양갈래로 땋은 멤버가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점이 없습니다.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모두 핵심인 이미지에서 그 핵심이 이 정도로 비슷한 건 문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3. 르세라핌의 ANTIFRAGILE
ROSALIA의 CHICKEN TERIYAKI와 유사한 부분이 많긴 합니다. 특히 랩과 뮤직비디오 연출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해당 곡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라틴 팝 트랙이었기 때문에 레퍼런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양이 헬멧 같은 건 나름 사용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이 건과 관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어도어 측에서 르세라핌 곡 표절 문제로 하이브와 비용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있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이상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곡이 ANTIFRAGILE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4. 결론
표절을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선배들의 훌륭한 창작물을 본받아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표절이 친고죄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닌텐도는 상당히 기초적인 게임 특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해당 기술들을 사용하는 데 문제 삼지 않습니다. 물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문제를 제기해야만 하겠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할 말 있으면 윗 사람들한테 해야지 멤버들 잡고 늘어지지 말라는 겁니다. 르세라핌 친일 논란 같은 억까는 진짜 에바고, 가창력이 부족한 것 같으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게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홍은채 발언에 과몰입해서 공격하는 짓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뉴진스도 칼국수 발언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괴롭힐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2년 넘게 같이 친밀감을 나눈 멤버들 입장에서 대표에게 탄원서를 쓴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뉴프티뉴프티'라는 멸칭도 많이 보이는데 피프티피프티는 돈으로 꼬셨지만 뉴진스는 멤버들의 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아일릿도 솔직히 트위터 팔로우는 잘못했다고 보지만 나이 어리고 잘못 없는데 욕 먹고 있으니 욱해서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노래도 이제 데뷔했으니까 앞으로 더 지켜봤으면 합니다. 라이브 잘하면 좋겠지만 음색 좋고 춤 열심히 하고 얘네들이 프로듀싱에 관여한 것도 없으니까요. 이번 일로 산업과 멤버들이 더욱 강하게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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