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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Jeans [How Sweet]

작년 여름 Get Up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뉴진스가 2024년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고 싹을 틔워 냈다. 선공개곡 Bubble Gum과 How Sweet 2곡이 포함된 더블 싱글 구성에 instrumental 트랙을 동봉한 패키지다.
 
프로듀서진이 화려하다. 우선 250과 Gigi가 두 곡에 모두 참여했으며 지난 Get Up에서도 Super Shy, Cool With You, ASAP 3곡의 작사에 참여하는 등 꾸준하게 가사를 써 온 멤버 다니엘이 How Sweet에서도 가사 일부를 직접 만들었다. 특히 How Sweet에는 Zedd와 Alessia Cara의 Stay를 공동 작업한 Sarah Aarons, 테일러 스위프트와 에드 시런 등의 탑 스타들과 협업했던 Elvira Anderfjärd, 라이징 스타 BENEE, 작년 코난 그레이 앨범 Found Heaven 제작에 참여한 Tove Burman이 이름을 올렸다. 기존 팝 스타일 트랙에 250의 색깔을 입혔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보컬에 있다. 데뷔 EP New Jeans에서는 서로의 음색을 감추는 식의 방법을 사용했고, 그 다음 EP Get Up이 음색에 차이를 두면서도 비슷한 가창으로 경계를 흐릿하게 했다면, 본작에서는 다섯 멤버가 가진 성문(聲紋)의 차이를 크게 드러낸다. How Sweet의 인트로는 누가 들어도 해린이고 Bubble Gum에서 '눈 감아도 기억나게'를 부르는 다니엘과 배킹 보컬로 공간감을 주는 하니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두 곡에서 다섯 컬러가 강조되는 방식은 다르다. Bubble Gum 자신들의 매력을 세련되게 보여준다면 -마치 아이유에게 그랬던 것처럼- How Sweet은 보다 개인적인 말들처럼 들린다. 둘만 있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말을 건네거나('거기 숨지 말고 얼른 나와'), 자신에게 하는 혼잣말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부르고 있어 나의 이름을').
 
Hot Sweet은 마이애미 베이스 비트를 강조하며 훌륭한 댄스 트랙으로써 기능하고 있지만 곡 전반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안개처럼 깔린 신스 사운드다. 감성 젖게 만드는 BGM 위에서 다소 단조로운 탑라인도 제 멋을 갖춘다. 우효의 신스 팝이나 BENEE의 팝 트랙에서 온 듯한 블루함을 뛰어난 힙합 댄스와 연결시킨 방식은 '슬픔을 승화시키는 댄스 음악'의 이행이자 'NewJeans Don't Be Blue'에서 'NewJeans is Everywhere'로의 전환이다.
 
기타와 브라스로 정석적인 시티 팝을 이루어 낸 Bubble Gum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여기에 있다. 앞선 곡이 멜로디와 비트로 오묘함을 자아내는 것과 다르게 이 곡은 장르의 전형을 따르고 있으며 멜로디와 비트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도 직관적으로도 향후 진행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주제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한다. Super Shy가 아닌 Hype Boy의 방법론이다.
 
민지의 톤 활용이 보다 다양해졌다는 점과 다니엘의 래핑도 특기할 만하다. How Sweet의 브릿지에서 혜인-하니-민지 순서대로 힘이 빠지는 부분도 좋은 디테일이다. 과격한 안무를 위해 곡 난이도를 낮춘 것으로 보이기에 귀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피자를 디핑 소스에 찍어먹듯 퍼포먼스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다. 나름의 재미를 찾아낼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TPO에 맞춰 다른 옷을 골라 입는 것처럼 누구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이야깃거리도 말투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 사람을 동일한 인물이라고 판단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오랜 시간 덕분이다. 본질은 모습이 아닌 진심에 있다. 뉴진스의 이번 작업물도 그렇다. '모든 게 typical'이라는 가삿말처럼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스탠스가 여전하다. 쌉싸름한 봄 한정 메뉴지만 푸릇푸릇한 맛이 나서 좋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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