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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4년 사이에 발매된 곡들을 정리해보면서 '앞으로 가져갈 만한 노래'들을 143곡 남겨봤습니다. 저는 이런 느낌으로 지난 5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41개의 곡에 선정한 이유를 달아봤습니다. 플레이리스트 기준 앞에서부터 4곡은 2020년대 전반기에 큰 영향을 준 곡, 그 다음 16곡은 어떤 유행이나 흐름을 만들어낸 곡, 그 다음 13곡은 흐름을 만들진 못했어도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곡, 그 다음 8곡은 영향력이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곡입니다. 이 41곡은 발매순입니다. 나머지 102곡은 무순위이며, 틈틈히 발매순으로 수정해놓을 예정입니다.
2020년대 전반기에 큰 영향을 끼친 노래 4곡
방탄소년단 - Dynamite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거둔 곡입니다. 케이팝의 세계화를 가속시킨 그룹이자 글로벌 보이그룹 역사에 남은 BTS, 그 그룹을 상징하는 곡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인 정체성을 중요시 여기던 그룹의 첫 영어곡으로 이 태도의 전환이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긍정적으로 풀어가 보려는 노력도 돋보입니다.
파란노을 - 아름다운 세상
팬데믹 시기부터 시작한 전 세계의 우울을 대표할 수 있는 곡 중 하나입니다. 방구석 DIY 음악이 해외에서 하이프를 받아 '슈게이즈 리바이벌'을 이끌어낼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샘플링한 것도 특징으로, 작금의 우울한 정서가 Y2K의 혼란함과 닮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위 '찐따 감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도 결코 희망찬 미래를 잊어버리지 않는 본작은 미니멀한 앨범 커버와 '밴드 붐'의 초석을 만들어내며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실리카겔 - Desert Eagle
실리카겔 멤버들이 군 전역 후 모여서 낸 싱글 중 'Kyo181', 'Desert Eagle', 'NO PAIN'이 지금의 실리카겔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5분이 넘는 시간, 고전적인 록 명반들을 떠올리게 하는 앨범 커버, 사이키델릭한 보컬, 연주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구성은 모든 면에서 시류를 거슬렀지만, 보기 드문 완성도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모았습니다. 현재의 밴드 음악 유행을 만든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아티스트이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누구보다 개성적인 그룹입니다.
뉴진스 - Attention
2020년대 문화 전반에 이만큼 영향을 끼친 그룹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케이팝의 모든 관성을 부드럽게 부수며 등장한 뉴진스는 3년이 지난 지금도, 활동을 멈춘 지 1년이 되는 지금도 여전히 파괴적입니다. 이후 등장한 모든 걸그룹은 뉴진스의 영향 아래에서 '어떻게 뉴진스와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들의 데뷔작 Attention은 사랑에 관한 순간적인 여러 감정을 상쾌하게 섞어 제시하면서 너무나도 끝내주는 첫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흐름을 만들어낸 노래 16곡
지코 - 아무노래
팬데믹이 닥치기 조금 전, Dynamite보다 앞서 긍정적인 바이브를 퍼뜨린 곡. 챌린지라는 방식을 만들어 내면서 숏폼 미디어 활용법을 정확하고 빠르게 제시했습니다.
달의하루 - 염라
일본 서브컬쳐 스타일에 불교 세계관을 결합한 곡. 작곡가인 ampstyle의 죽음으로 활동 기간이 채 3개월 밖에 되지 않지만, 강렬했던 음악은 지금도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순혈주의자는 ampstyle이 마지막으로 남긴 곡을 완성해서 발표한 사후 작품입니다.)
스월비 - Mama Lisa
재키와이 이후는 스월비임을 천명한 곡. 어머니의 강인한 삶처럼 세상에 강하게 맞서는 애티튜드에서 한 점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날치 - 범 내려온다
퓨전 국악의 신기원과도 같은 곡. 펑키한 베이스라인에 돌림노래같은 여러 레이어의 창(또는 랩)이 엉덩이를 덩실대며 산을 내려오는 해학적인 얼굴의 호랑이를 그립니다.
다브다 - 여름놀이
매스 록으로 여름 풍경을 그려낸 곡. 여름의 한복판에서 '아 우우 우우' 하고 낸 울음소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매스 록 밴드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유키카 - 서울여자
2020년 전후로 생겨난 단어 '시티팝'을 한국에서 보여준 곡. 일본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향한 유키카가 겪었던 서울은 우리가 미쳐 보지 못한 반짝임으로 가득합니다.
비비 - 쉬가릿 (Cigarette and condom)
딩고와의 협업 예능 <비비의 노란딱지>의 연장선에서 태어난 곡. 알앤비 아티스트로서 필수불가결한 성적 표현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비비는 '남녀칠세부동석'에 조금씩 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유 - 에필로그
2010년대를 말 그대로 지배한 아이유의 20대를 닫는 곡. 이 3분 49초짜리 후기에는 그 찬란한 시간에 빚을 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비쳐 보입니다.
250 - 사랑이야기
뽕삘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곡. 2020년에 접어들며 시작된 이박사를 향한 재평가는 이오공과의 만남을 통해 완수되었습니다.
피프티피프티 - Lovin' Me
걸그룹 누 디스코 붐의 시작점을 만든 곡. 블랙핑크에서 뉴진스로의 대전환 이후, 피프티피프티는 아란의 달콤한 음색과 소프트한 장르를 앞세워 케이팝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습니다.
정우 -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젊은 포크 아티스트의 초상. 라이브마다 배리에이션이 있는 옛날이야기는 차분한 말투와 인자한 기타 소리를 통해 상상의 나라로 안내합니다.
키스오브라이프 - Sugarcoat (NATTY Solo)
Y2K를 재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끌고 온 곡. 이 이후로 Y2K 유행이 점차 키치나 Y2K 에스테틱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에스파 - Supernova
핵심은 하이퍼팝이 아니라 베이스라는 것을 알려주는 곡. Savage가 소리를 부수면서 쇠맛을 냈다면, Supernova는 베이스를 세밀하게 깎아내는 것으로 대중적인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수민, 슬롬 - 신호등
이상적인 세련미가 담겨 있는 곡. 뉴진스가 불러 온 드럼앤베이스 유행과 시부야케이에서 온 듯한 보사노바 리듬의 조화는 이별 이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새로운 운용법을 제시합니다.
로제, 브루노 마스 - APT.
케이팝이 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파트 게임'이라는 한국 문화를 주제로 삼은 곡.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보컬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팝의 성격이 맞아 떨어지며 벌써 몇 개월 씩이나 해외 각국의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더 딥 - Sad Girls Club
'KPOP B!TCH' 더 딥이 보여주는 얼터너티브 케이팝 곡. 케이팝이 클럽곡에서 클럽 문화를 떼고 장르를 수용해 왔다면, 더 딥은 여기에 다시 클럽 문화를 얹으면서 언더그라운드 속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작품에 영향을 끼치진 못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노래 13곡
권은비 - Glitch
권은비의 목소리와 글리치의 날카로운 조화.
드림캐쳐 - Scream
케이팝에 메탈을 찍어서 드셔 보세요.
윤하 - 사건의 지평선
윤하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한로로 - 입춘
청춘은 푸른 낭만이 들어서는 계절.
버둥 - 연애
'내가 아주 주제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이라는 문장만큼 연애를 잘 표현한 문장을 보지 못했다.
스카이민혁 - 해방
정말 힘들었을 때 이를 악물었던 기억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재산이 된다.
SAAY - Talk 2 Me Nice
이거 틀었다가 친구한테 개변태(positive?)소리 들었음.
추다혜차지스 - 리츄얼댄스
북이랑 장구 대신 드럼과 베이스라니, 완전 럭키펑키자나?
새소년 - 난춘
새소년은 순수할 때 가장 빛난다.
빈지노 -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
국힙 대부에는 관심 없는 여전한 플레이어.
A.TRAIN - 견딜 만큼만
'견딜 만큼만 아파'했으면 좋겠다는 현실적이고 커다란 기도.
유라 - 미미
알앤비 가사의 새 지평, 설득은 목소리로.
바이스벌사 - @rollingloud
어디까지 미쳐보고 오셨어요?
기타 언급하고 싶은 노래 8곡
신지훈 - 시가 될 이야기
80년대의 서정성을 품은 가사는 정말 귀합니다.
언오피셜보이 -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
지드래곤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프로미스나인 - WE GO
여름 휴가 노래로 이것 만한 게 없다.
온유 - O (Circle)
이거 진짜 좋은데 별로 얘기가 안 도네...
엔믹스 - BOOM
믹스팝이 나아가는 곳은 어쩌면 팝의 전형을 깨는 진행일지도.
아이브 - Blue Heart
아이돌 멤버가 작사한 곡중에서 단연 한 손에 꼽을 수 있다.
트리플에스 - 24
케이팝에서 브라스 (잘) 쓰는 회사? 모드하우스. (이번에 아르테미스 Goddess도 미쳤음.)
정인, 마일드 비츠 - 탓
한국에도 이런 사이키델릭 소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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