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본어로 괴물(怪物)은 한국어 의미와 완전히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자 뜻풀이하면 '괴이한 것'에 가까운데, 한국 표현에서 '이상하면 다 괴물'로 투영시키는 것에 비해 일본어는 바케모노(바+케모노가 아닌 바케+모노)도 있고 괴수(카이쥬우)도 있고 그 의미를 조금씩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데..의 애매함 만큼 본작에서 괴물의 의미도 애매하고, 이것은 작가 본연의 의도이니 그 애매모호함을 즐기는 게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게 저주를 걸어 줘" 라는 말은 부탁인데, "당신의 저주는 당신밖에 걸지 못한다" 거나 "직접 좋은 저주를 걸어서" 라는 말은 굉장히 모순됩니다. 이놈의 저주가 셀프인 건 확실한데, 능동이냐 수동이냐 둘 다 되냐가 애매하더라구요. 근데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거라면 쿠로이와 / 아스카로 분열해서 메기고 받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면, 이 저주라는 녀석은 그녀가 한 말과 대치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피동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 단어들은 1집, 2집, 3집의 타이틀?곡이기도 합니다(뮤비를 볼 수 있습니다). 바다, 빛, 저주 같은 것들 말입니다. 본작은 그것들을 다 품고 있으면서 '괴물'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곡들을 들어보지 않더라도(들을 수 없기 때문이지만) 이번 작의 다른 키워드들은 이미 반복했던 말이겠구나 추측해볼 수 있고, 그래서 더욱 괴물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됩니다. 괴물은 앨범의 이름이기도 하고, 곡명이기도 하며,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에는 <괴물>도 '괴물'도 아닌 그냥 괴물로 표시했습니다.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바쁘기도 하고 글쓰기에 집중할 시점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원래는 새로 뭘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글을 쓸 필요가 생겨서 뭐라도 써야는 겠는데 당장 많이 듣고 있는 걸 하는 게 오래 걸리지 않겠다 싶어서 써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나왔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글이라 함은, 어느 면으로 보아도 가치를 가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역시 목적이 '글을 쓴다'에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써 내렸더니 그 목적을 달성해버렸거든요. 그래서 키워드 잡고 한 줄로 문장을 쓰고 그냥 말하듯이 처음부터 다시 쓰니까 그 다음에는 괴물이야기(바케모노가타리가 아니라 카이부츠가타리)만 주구장창 써 놨고, 괴물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가사들을 이야기하니까 가사만 잔뜩 써 놓은 글이 됐고, 이러쿵 저러쿵 하다 보니 올려도는 되지 싶어져서 업로드했다는 비하인드입니다. 어느 시점 이후로 결과물이 썩 맘에 들진 않네요. 제가 바라는 글과 비평이라는 형식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같습니다. 요것은 잘 비벼보는 걸로...
요 앨범은 나중에 보니까 apple vinegar music award였나 아지캉의 고토 마사후미 씨가 매년 하는 인디 신인 시상식이 있는데 거기 올라갔더라구요. 상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10년 음악해서 이제 정규 4집인데 신인상이라니... 하지만? 작년에도 음악 10년 한 키미시마 오오조라가 탔다는 거. 그때는 정규 첫작이라는 변명이라도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 꽤 흥미로운 주제를 만들 것이고 아니면 그냥 그래미가 차펠 론 신인상 준 것처럼 '솔직히 너네도 몰랐잖아' 하고 뻔뻔하게 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applevinegarmusicaward.com/ 링크 찾았다. 5월에 발표하는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들어본 것들은 Dos Monos, 마츠나가 타쿠마, 훈, 이노우에 소노코, 쿠로이와 아스카, 모노노 아와레 정도네요. 이중에서는 제일 좋았습니다. 지금 해당 단체의 사업내용을 보니까 뭔가 (아직까지 끝까지 다 보지 못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생각납니다... 지역 진흥 사업, 숙박 시설 운영 사업, 커뮤니티 공간 운영 사업, 이벤트 제작 및 운영 사업, 으윽 머리가... 뭐 영화 같은 일은 안 일어나겠죠 (좋은 의미로). 아지캉 올해 펜타 오더라구요. 가야지 가야지... 고토, 키타, 야마다, 이지치가 내한을 하는데 가야지(?) 결속밴드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QWER을 더 많이 들었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농담농담... 아지캉하면 역시 솔파, 솔파하면 진동각-리라이트-너의 동네까지로 이어지는 초반부 백투백투백과 사이렌-리리로 이어지는 클린업, 해안도로-루프루프로 끝나는 마지막까지 를 다 해주기를 염치 없게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기서 많이 해봐야 절반이겠고, 하루카카나타랑 코로가루이시~, 소라닌(!) 정도가 들어갈 것이고, 라이프이즈뷰티풀부터 시작한 신보에 수록될 곡들이 들어가는 수준이겠죠? 좋아하는 노래들 많지만, 역시 키미노마치마데의 '너의 동네까지 날아가기 위한 노래'라는 가사를 들으면 애순이마냥 '좋아, 너무 좋아!'를 읊을 것 같습니다. 아지캉 얘기가 나와서 좀 흥분했네요
아무튼, 왜 제가 인디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이 된 건지, 그것도 자국이 아닌 타국의 인디 음악을 말이죠, 분명 10년 전에는 멜론탑100을 듣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이때도 한 2~30개 선에서 끊고 돌리긴 했습니다) 누구 좋자고 이러는 건지... 그래도 이런 앨범 찾고 그러니까 계속 하고 있는 거겠죠. 영미권 음악 아니면 케이팝에 천착하는 게 커리어에 좋습니다. 저는 이게 커리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는 거지. 하지만 인생 한 번뿐이라고 너무 재고 그러지 말자구요.
'음악 >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overtone/오버톤] 시대를 융합하는 하이퍼-케이팝, Effie <E> (0) | 2025.05.05 |
---|---|
[overtone/오버톤] 모두를, 그리고 자신을 위한 Blume popo의 <Test for Texture of Text> (0) | 2025.03.11 |
[오버톤/overtone] 미스테리어스한 펄스의 지배, 시노사와 히로의 ‘メクルメ’ (0) | 2025.02.09 |
[오버톤/overtone] uku kasai <Lula> (0) | 2025.01.05 |
[앨범 리뷰] SUMIN(수민), Slom(슬롬) - MINISERIES 2, 사람 가득한 리미널 스페이스, 대도시의 외로움 (0) | 2024.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