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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인조 완전체 트리플에스의 첫 정규 앨범이다.
AAA(Acid Angel from Asia)의 ACCESS는 트리플에스와의 첫 만남, '로그인 액세스'를 그렸다. 타이틀곡 Generation에서 수녀원을 연상시키는 학교를 벗어나 숏폼 형식의 필터 레이아웃 인터페이스 위로 스트릿 패션을 입은 멤버들이 아이돌 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달의 소녀 yyxy와 같은 콘셉트 세계관으로부터 지금 서울의 길거리로 빠져나왔다. 이후 10인조 완전체 앨범 ASSEMBLE에서는 '랄랄라' 후렴을 계승하며 현재를 열심히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첫 유닛 앨범 ACCESS가 1년 반도 더 지난 현시점, 24명의 S가 모여 '서울 소녀 사운드'의 정체가 베일을 벗었다.
핵심 키워드는 '연대'다. 꽤 정치적인 이 단어의 사용이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가 연대를 처음 접한 건 뉴스 해외 토픽에서 나왔던 'WE ARE THE 99%'라는 구호였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구호의 의미와 시위대의 행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학교 어디에서도 이 모습을 말하는 곳이 없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교과서에 실리고 나서도 월가 점령 시위를 깊게 다루는 데가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2021년 1월 성인이 된 내가 게임스탑 사건에 참여하고 나서 그 구호에 담긴 무언가를 알 수 있었다. 대통령 하야 시위에 참석했을 때조차도 어렴풋이 다가왔던 이 키워드의 진정한 힘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Girls Never Die가 제창하는 이 말에서 그 힘을 느낀다. 뮤직비디오에서 반복하여 암시하는 죽음(혹은 사회적 단절)과 부활(연결)은 신자유주의 서울 청년들의 깊은 고통에 공감하고 손을 잡는다. 현존의 위협 없이 연대는 그저 허울 좋은 말일 뿐인 것이다. 힘을 합치기 위해서 구호도 필요하다. 이때 Generation에서부터 이어지는 트리플에스 DNA이자 평범한 당신과의 암구호 '랄랄라'가 연결을 맺어준다. 정병기 프로듀서의 과거 아픔이 모티프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이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히키코모리, 자살, 사고 등의 상당히 폭력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뒤 그냥 '다시 해보자'고 한다. 한 번 실패하면 돌아올 수 없는 구덩이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의 시선을 향해 반기를 치켜든다. 24명의 멤버들이 안전한 육각형 구조를 만들며 '하나'가 되고 '함께'가 된다.
타이틀곡 후보였던 Midnight Flower, 24, Non Scale을 모두 담아내며 수록곡에도 온 힘을 쏟았다. 그중에서도 복고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24와 Non Scale은 힙과 귀여움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이들의 세대와 잘 어울린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들이 발목을 잡는다. 24명이 주는 경이로움은 이들의 보컬 퍼포먼스에 의해 훼손되고, 공들인 트랙들 역시 Rolex나 Speed Love처럼 날카롭지 못하고 한 발짝이 아쉽다. ⟡(MUJUK)부터 시작된 아쉬움을 이번에도 반전시키지 못했다. 보컬 문제와 곡 수급 문제는 다인원 그룹이라서 생긴 문제점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전자는 유닛 활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어 보이고 후자는 발매 텀을 늘리면 해결 가능할 듯하다. 멤버 김나경과 박소현이 이번 곡 작업에 참여했는데 향후 프로듀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것도 보탬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연대의 봉화가 모두 피어올랐다.
★★★ (괜찮아요)
추천 트랙: Girls Never Die, 24, Non Scale, Dim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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